한동안 잠잠했던 연예계의 학교폭력 이슈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폭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선 잠잠했던 연예계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수년 전 처음으로 학폭 문제가 논란이 공론화되며 보인 가해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멈춰있다는 것이다.

현재 절찬리에 방영 중인 MBN의 ‘불타는 트롯맨’은 다른 의미로 불타고 있다. 오디션 참가자인 황영웅의 과거가 공개되며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2일 한 유튜버가 익명 A씨의 제보를 통해 황영웅이 과거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과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황영웅을 둘러싼 추가 폭로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지난 24일 방송됐던 톱8 출연 스페셜쇼에서 황영웅은 편집 없이 정상적으로 등장했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해명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방송 다음 날인 25일 황영웅과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이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황영웅은 “비록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노래가 간절히 하고 싶어 과거를 깊이 반성하며 사회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었고, 보다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며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제작진도 “출연자 선정에 있어 사전 확인과 서약 등이 있었으나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황영웅과 제작진 모두 사과와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을 뿐 하차와 관련한 내용은 일체 없었다.심지어 제작진의 경우에는 “제기된 내용에 있어 사실과는 다른 내용도 확인했고, (황영웅 측이)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황영웅을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작진 측이 ‘황영웅 밀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과거 ‘미스트롯’ 방영 당시 출연자였던 진달래가 학폭 의혹에 휩싸여 하차시켰던 이력을 감안하면 황영웅의 출연 강행에 의구심이 더 해지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어떤 개입도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시도했지만 쉽사리 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학폭 이슈로 물의를 빚은 건 황영웅 뿐만이 아니다. 에잇턴 명호는 “사실무근 법적대응”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출연자 김다영은 학폭 이슈가 불거지자 SNS를 닫고 침묵을 지키다가 뒤늦게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김다영의 학폭 이슈로 ‘피지컬:100’은 종영 후 진행할 예정이었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지난 3년여 전부터 시작된 학폭 이슈에서 단번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연예인은 소속사를 내세워 폭로자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눈여겨볼 점은 판결 결과다. 앞서 김동희와 지수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었지만, 폭로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원이 이 ‘폭로’를 공공의 이익으로 봤다는 것인데, 최근 학폭과 성폭력, 아동학대 등 폭력에 엄정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해자들의 태도는 갈길이 멀다. 학폭을 인정했던 심은우와 인정하지 않고 송사를 이어가고 있는 조병규와 박혜수 등을 비롯해 폭로자들을 고소까지 했던 김동희도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복귀했거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연예계에 만연한 ‘잠깐 자숙하면 된다’는 인식은 결국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학폭 피해자들의 고통은 결코 가벼운 상처정도로 치부되서는 안 된다. 더욱이 미디어를 통해 가해자를 늘 접할 수 밖에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소속사들과 팬들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태도나 반응에 의해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이는 학폭 피해자들의 고통을 뒤로한 채 활동을 이어나가거나 나가려는 연예인은 물론 이들의 소속사, 이들을 캐스팅한 제작사에게도 대중이 자중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