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증원·수가제 개선 등, OECD가 한국 의료에 한 조언

-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2년 판 발표
- “고령화 감당 못할 것”... 의료시스템 개혁 권고
- 일차의료 강화, 재택의료 확대 등 강조

경제협력재발기구(OECD)가 한국에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수를 증원하고 성과연동지불제(Pay-for-Performance)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현 의료 시스템이 유지될 경우 고령화와 만성질환 의료 수요를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하였다. 이에 장기요양제도 개선과 재택의료 강화도 강조했다.

이는 지난 19일 OECD가 발표한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rysL Korea 2022)’에 담겼다. OECD는 2년마다 회원국의 경제 동향과 정책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정책 권고사항을 담아 국가별로 검토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번 보고서의 상세 내용을 보면, OECD는 한국이 단기간에 전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의료 보장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의와 입원 진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꼽았다. 한국 급성기 환자 평균 재원 기간은 7.3일로 OECD 평균 6.6일보다 길다. 병상 수도 인구 1,000명당 12.4개로 OECD 평균치인 4.5개를 크게 뛰어넘는다.

OECD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즉 다발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라면서 “일차의료가 혁신적인 체계와 원격의료를 동반해야 다가올 건강 위기를 통제·관리할 의료 시스템의 역량도 높아진다. 또한 병원 밖에서도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불필요한 입원도 줄일 수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를 담당할 일반의 확충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OECD가 내놓은 의사 수 증원의 해결책은 의대 정원의 확대와 성과연동지불제의 도입이다.

한국 일반의 비중은 6%로, OECD 평균인 23%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적은 한국에서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것이 OECD의 분석이다.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5명(2019년 기준)으로 OECD 평균 3.5명보다 적다. 따라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서 의사 수 증원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OECD는 ”현재 한국 일차의료는 일반의가 매우 부족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퇴를 앞둔 일반의의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는 신규 일반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지난 2020년 한국 정부가 의사 증원을 추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의사 사회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수 증원은)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반의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성과연동지불제 도입을 추천했다. 비만이나 금연, 만성 질환 관리 등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의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OECD는 ”사전에 정해둔 수가에 맞춰 지불하고 있는 현행제도(행위별 수가제)는 전문의 진료를 선호하게 만든다. 보통 전문의 진료의 질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쉬워 같은 가격이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자가 일반의를 거쳐야 전문의 진료와 입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현재 행위별 수가제 방식을 탈피해야만 일반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만성질환관리 부담도 경감된다“면서 ”이미 영국에서 성과연동지불제가 일반의 비중을 유지하면서 일차진료 품질 개선과 직무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고령층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장기요양보험 개혁도 필요하다고 했다. OECD 입장에서 한국은 보기 드문 보편적 장기요양보험제도를 갖추고도 고령층의 입원 의존을 막는데 실패한 나라였다.

한국은 요양병원 환자 1인당 평균 체류 기간은 지난 2019년 기준 165일로 OECD에서 가장 긴 축에 속한다. '사회적 입원' 환자는 17만명에 육박한다. 전체 요양병원 입원 환자 40%가 여기 속한다.

이는 고령층 환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급성기 요양병원 사회적 입원 방지라는 장기요양제도 목표와 배치된다. OECD는 그 원인으로 척박한 일차의료 환경은 물론 의료와 돌봄 간 연계 부족, 저렴한 재택의료서비스 부재를 꼽았다.

OECD는 "한국에서는 병원 입원이 장기요양기관이나 재택의료보다 더 경제적인 선택지가 됐다"면서 "국민건강보험이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부담금 상한선을 둔 반면 장기요양보험은 그렇지 않다. 일당정액수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 민간 요양기관과 재택의료 서비스 기관이 지속 불가능하고 소모적인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렴하면서 질 좋은 재택의료 서비스 보급도 주요 과제였다. OECD는 특히 "방문간호서비스 부족이 재택의료 분야 미충족 수요(unmet needs)의 주원인"이라면서 재정과 인력 확보를 주문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재택의료 서비스 가운데 방문간호서비스 비중은 1.6%에 그친다. 한국 장기요양 대상자 64.2%가 가장 필수적인 서비스로 방문간호를 꼽은 것과 대조된다. 방문간호가 필요한 대상자 2만명 가운데 단 7.4%만 실제로 방문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 늘어나는 장기 요양환자(파란색 막대)에 함께 치솟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주황선) 출처 : OECD

OECD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장기요양 대상자가 2배 증가하는 동안 이들을 담당할 간호사 수는 거의 제자리에 머물렀다. 장기요양 분야에 종사하는 간호사 74%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며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 불안정한 (고용) 계약이 신규 간호사 배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치료·돌봄 영역에서 간호사 권한을 확대하길 권했다. OECD는 "한국의 간호사들은 자율적으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규제로 인해 간호사가 최선의 판단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했다.

따라서 "돌봄 현장에서 간호사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제적 혜택도 신장해야 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고학력 간호사가 업무적으로 더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역할도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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