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일산병원에 안치된 김모(30)씨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핼러윈 축제 구경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함께 있던 여자친구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 앞에서 권명자(58)씨는 “절친한 친구의 아들”이라며 김씨의 사연을 전했다. 김씨는 한 병원은 방사선과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김씨와 중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박모(30)씨는 “어제 점심 때까지만 해도 연락을 했고, 오늘 오전 12시쯤 사망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1시쯤 이태원으로 갔다. 구조대원에게 김모씨의 행방을 물었지만, 찾을 수 없었고, 오늘 (김모씨의) 어머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으로 오게됐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9시까지 확인된 전체 사망자 154명은 수도권 40곳 병원 영안실 및 장례식장으로 분산 이송됐는데, 이날 오전 이곳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에 가장 많은 14구의 시신이 안치됐었다. 오후 9시 기준 9구의 시신이 다른 곳으로 이송됐고, 5구의 시신이 아직 이 병원에 남아 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은 장례식장 곳곳에 털썩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날 오후 2시쯤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된 이모(22·여)씨의 오빠라고 밝힌 한 유족은 “PC방 아르바이트, 고깃집 아르바이트 하며 혼자 용돈을 벌어서 쓰던 동생”이라며 “밝고 자유로운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핼러윈에 가지 말라 해서 절대 안 간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거기 가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여동생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살아있는 것 같고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유족 이모(58)씨는 사망진단서를 꺼내든 채로 망연자실했다. “발견 시각 11시00분, 사망시각 0시30분”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였다.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확인한 이씨는 “거기서 압사돼서 사망했던 것 같다”며 “아들이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에 묻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인이 된 아들은 지난 29일 이태원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이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30일 새벽까지 연락이 없자 이씨 부부는 한남동 복지센터(재난관리센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날 낮 동네 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찾아와 아들의 사망소식을 알려줬다고 한다. 이씨는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만 했는데 공교롭게 그날이 핼러윈이었던 것 같다”며 “사랑하는 아들은 억울하게 죽었지만, 논쟁 없이 애도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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