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국가서 늘 벌어진 더 쎈 ‘변이 대유행’

- 방역당국 “이르면 내년 1월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논의”
- 현재 마스크 착용 의무 OECD 국가 한국과 이집트 2개국 뿐
- 노마스크 실시하면 확진자 증가 불가피... 새로운 변이 등장하기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규 변이 BN.1 유행세가 급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신규확진자 수가 불어나고 있다. 첫 감염보다 사망위험이 높은 재감염비중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이르면 내년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목표로 논의를 본격화했다.


▲ 출처 :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마스크 의무 해제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마스크를 내린 후 확진자 수가 급증해 다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재개한 국가도 있는 만큼 해외사례를 참고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의 범위와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일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는 2만 5,667명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로 이날 확진자 수는 2,507명 늘었다. 신규확진자 수는 이날까지 전주 대비 8일 연속 증가했다. 게다가 이날 확진자 수는 월요일 기준으로 지난 9월 12일 이후 13주만에 가장 많았다.

확진자수가 전주대비 소강상태를 보여 겨울 유행이 이미 정점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방역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방역당국은 "일부 전문가 중에서는 이번 주가 유행의 정점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단정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당국은 "12월과 내년 1월 사이 하위 변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역상황은 당시 당국의 보수적 전망과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검출률이 올라간 가운데 신규확진자 수가 전주대비 다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BN.1의 검출률은 13.2%를 기록했는데 이는 1주전 7.7%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BN.1는 '켄타우로스'로도 불린 'BA.2.75'의 하위변이로 지난 9월 발견됐지만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 등에서 유행을 주도한 BQ.1와 BQ.1.1 등이 국내로 유입돼 추후 방역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두 개의 변이가 재조합된 'XBB'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위험성을 경고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11월 3주차부터 검출률이 7%를 넘기며 다른 하위변이 검출률을 압도하자 BN.1에 관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해당 변이의 전파 상황 추적에 나섰다. CDC는 BN.1이 전국적으로 약 2주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치도 내놨다. 아직 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구체적 연구 결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유행세를 넓혀가는 속도로 미루어 면역 회피력이 다른 변이보다 강할 것이라는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신규확진자 중 재감염자 비중도 갈수록 커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4주차 주간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사례는 13.29%로 집계됐다. 이제 신규확진자 7명 가운데 1명은 재감염자인 셈이다.

재감염이 코로나19 방역 위험요소로 처음 언급된 것은 지난 7월 부터다. 신규확진자 중 재감염 비중이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7월 말에는 전체 확진자의 5.9%가 재감염자인 것으로 파악되며 실제로 5%를 넘겼다.

당시 방역당국은 앞으로 2~3달 동안은 재감염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재감염자 비중은 11월 초 10%를 넘긴데 이어 11월 말 기준으로 13%까지 돌파했다. 4달 이상 재감염자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지난 7월부터 11월 13일까지 누적 재감염자 수만 55만 3,466명이다.

당초 재감염은 첫 감염보다 사망 위험이 낮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었지만, 사실 그 반대였다는게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BA.5 변이가 우세화된 7월부터 11월까지 확진자 695만 2,932명을 대상으로 감염 횟수별 치명률 분석한 결과 재감염시 연령표준화 사망위험도는 첫 감염시 위험도에 비해 1.72배 높았다.

방역 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당국은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질병관리청이 OECD 회원국 등 29개 주요국 마스크 착용 의무화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여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이집트 외에 없었다.

그나마 이집트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유명무실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는 2020년 5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취한 뒤 해제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 단속하지 않아 착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9개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슬로베니아, 튀르키예, 헝가리,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개국은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의료시설이나 대중교통수단 등 시설 위험도와 관계없이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실내 노마스크를 원칙으로 하되 시설 감염 위험도에 따라 예외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운영 중이다.

의무화를 해제한 국가 중 상당수가 마스크를 내린 뒤 확진자수가 늘어난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은 올해 초 오미크론 대유행 뒤 확산세가 꺾이자 3월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5~8월 다시 확진자가 늘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3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직후 확진자가 소폭 늘었다. 그리스는 6월 병원과 대중교통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는데 곧바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8월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한 싱가포르에서도 9월부터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었다.

착용 의무 해제 후 확진자가 늘자 다시 마스크를 쓴 국가도 있다. 영국은 작년 7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뒤 11월 유행이 다시 번지자 대중교통 등에서의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스라엘은 작년 6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뒤 2주만에 확진자 급증으로 의무화로 돌아섰다. 프랑스는 대중교통 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재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마스크를 내린 뒤 전파력이 기존보다 강한 신규 변이 유입에 직면했다. 작년 6월 마스크를 내린 이스라엘은 당시 델타변이 유입 탓에 다시 마스크를 올렸고 11월 다시 착용을 의무화한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했다. 미국과 그리스 등에서의 재확산은 BA.4와 BA.5 유입 시점과 겹쳤고 싱가포르는 XBB 유입이 마스크 해제 시점과 겹쳤다. 결국 마스크 의무 해제가 신규 변이 유입과 맞물리면 재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일단 정부는 내년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를 위해서는 방역 안정이 담보돼야 하는데 개량백신 접종 확대가 이를 위한 해법이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시설 방역 위험도에 따라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마스크 의무를 풀자는 조언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벗자는 게 아니며 법적 의무에서 의학적 권고로 바꿀지에 대한 의미"라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 고위험 시설에서는 계속 의무로 남길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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