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제주 조직, 北 김명성에게 지시받아... “들키면 USB 삼켜라”

- 대남공작 전담 北 문화교류원 소속 공작원 지시 받아 활동
- 수도권 등으로 세력 확장 시도도 포착... 체포된 관련자들 현재까지 진술 거부 중

간첩단 혐의의 지하조직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방첩 당국이 경남 창원·진주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제주의 ‘ㅎㄱㅎ’이 대남공작 조직인 북한 노동당 산하의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에게 지령을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방첩 당국은 북한이 공작원을 통해 서로 다른 지역의 두 지하조직을 차례로 구축하고, 서로 연계해 활동을 기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출처 : 뉴스1

국내 주요 방산업체가 위치해 있는 창원·진주에 거점을 둔 ‘자주통일 민중전위’는 2016년부터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북한 공작원 김명성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옛 통합진보당 계열의 진보당의 제주도당 위원장 출신 강모씨가 주축이 된 ‘ㅎㄱㅎ’ 역시 2017년부터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김명성과 접촉해왔다고 전해진다.

이후 두 조직은 김명성으로부터 ‘반미투쟁’, ‘민노총 침투·장악 및 세력확대’, ‘윤석열 규탄’ 등의 지령을 받으며 활동했다는 단서를 방첩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공작원 김명성이 소속된 노동당 산하의 문화교류국은 북한 정권이 세워진 1940년대 말부터 대외연락부, 사회문화부, 225국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간첩 남파와 대남 공작 임무를 전담해 수행해왔다. 202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도 2017년부터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의 공작원 조모씨와 이모씨의 지령을 받으며 활동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따라 방첩당국은 북한 문화교류국이 장기간 계획에 따라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등 지하조직을 전국 각지에서 운영해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2개 이상의 간첩 조직을 가동할 때 조직간에 서로를 알지 못하도록 상부에서 각각 지휘하는 방식을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방첩 당국은 북한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혐의가 있는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 등을 수년간 추적 수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자주통일 민중전위’ 조직원들이 적발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단서가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들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 조직)가 적발된 건 보안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키면 USB(휴대용 정보 저장 장치)를 부수고 삼켜라” 등의 말을 서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언급한 ‘RO’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주축이 돼 지하 혁명 조직을 꾸린 뒤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활동을 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징역 9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 형기 만료 1년 5개월을 앞두고 가석방됐다. 다만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주사파 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이석기 전 의원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또, ‘자주통일 민중전위’의 경우 창원·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다른지역으로도 확장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 등에 침투해 사람을 포섭하고, 젊은 세대 교육도 실시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라는 북한의 지시를 받고 이행했다고 한다.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시도를 방첩당국이 추적하고 있다. 제주 ‘ㅎㄱㅎ’ 역시 북한으로부터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등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 활동을 한 경남진보연합 소속 A씨, 통일촌 회원들 등 5명을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ㅎㄱㅎ’에서 활동한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출신 강모씨 등 3명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이 모두 북측에서 지령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정황도 잡고 이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 대상자들은 연령대가 주로 50~60대이며, 지금까지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첩 당국은 ‘북한 지령문’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 등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이 수사망을 피하려고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e)’ 등을 활용해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고, 이행 사항을 북한에 보고한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ㅎㄱㅎ’의 활동과 수사 대응 방식은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와 공통점이 많다. 충북동지회도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으면서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했고, 방첩 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방첩 당국은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 관련자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인 뒤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주통일 민중전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ㅎㄱㅎ’ 사건은 제주지검이 각각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두 사건을 통합 지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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