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땐 “있는 병상 다 내놔”... 이제는 “병상 이용률 낮다”며 축소 이전?

- NMC 총동문회 “경제논리 벗어나 미래 공공의료 수요 대비해야” 16일 성명
- NMC 전문의협 “기재부 계획 불수용···본원 1000병상 이상 돼야” 17일 발표
- 최안나 협의회 대변인 “코로나 상황에 연구 진행...·병원 역량 탓은 어불성설”

국립중양의료원 총동문회와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 계획 축소에 크게 반발하며 의료계 전체의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일 기재부는 당초 1050병상으로 계획되었던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 계획을 760병상 규모로 축소한다고 국립중앙의료원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00병상, 중증외상센터 100병상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기재부는 계획감축의 근거로 “수도권 병상이 지나치게 과잉된 상황인데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병상 이용률도 낮다”는 경제적인 원리를 내세웠다. 이에 총동문회와 전문의협의체는 16일과 17일 연이어 대국민 호소문 등을 발표하고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총동문회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계획 축소는 그동안 정부가 주장한 국가 공공의료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과 역할 증대를 포기한 것이자, 열악한 환경속에서 꿋꿋이 소임을 다해온 국립중앙의료원의 사기와 자존을 무너뜨리는 처사”라며 “단순한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미래 공공의료 수요에 대비하는 거시적 안목에서 총 사업비가 선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의협의회는 지난 16일 오후에 열린 임시 총회에서 구성원 98%가 신축 이전 사업 축소를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17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기재부의 사업 축소 결정은 현재 병원 규모로 건물만 지으라는 통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정부는 시장 논리로 충족되지 않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외상, 응급, 감염병, 심뇌혈관질환, 모의자료 등 필수중증의료 분야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 강화를 통해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왔다”며 “그러면서 기재부가 통보한 사업 규모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부여받은 필수중증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이 국가 감염병 위기 시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중심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총 1,000개 이상의 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감염병병원의 모병원(본원)은 위기 시 감염병 병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필수병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병상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유수 감염병병원은 보유 음압격리병상 수의 최대 20배 규모에 달하는 모병원 아래 운영되고 있다. 싱가포르 탄톡생병원은 음압격리병상 330개와 본원 병상 1,720개를, 홍콩 감염병센터는 음압격리병상 108개와 일반병상 1,753개를, 독일 샤리떼병원은 음압격리병상 20개와 본원 병상 3,001개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협의회는 “기재부가 통보한 규모로는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적절한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없다”며 “정책 당국이 국립중앙의료원 발전시킬 계획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안나 협의회 대변인은 기재부의 사업 감축 논리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연구 용역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협조해 병상 전체를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한 상태였기 때문에 병상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최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메르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취약계층 환자까지 억지로 다 내보내고 감염병 환자를 보고 나면 병상 이용률을 회복하는 데에 3~4년이 걸린다”며 “심지어 코로나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구를 진행해놓고 병상 이용률이 낮은 이유로 병원 역량을 지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또 “이번 계획 감축은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 발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딱 지금 수준의 병원을 원한다는 뜻”이라며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 중심 병원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병상이 너무 많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국립중앙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미래와도 연관이 있다”며 “이번 사업 계획이 다시 수정되어 민간병원은 민간병원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공공병원은 민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백업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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