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이면 방 3개짜리도 구할 수 있었다” 빌라왕에 신혼부부 눈물

- 빌라왕 사건 이후 강서구 빌라 전세 계약 기피 심화
- 보증금 비슷한 가양동 등 일부 지역 소형 아파트 관심 폭발적

오는 3월 결혼하는 A(34)씨는 최근 강서구 가양동에서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2억 5,000만 원에 방 2개와 거실이 포함된 49㎡ 이상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쉽지는 않다. 지난해였다면 화곡동이나 신월동에서 그 정도 예산으로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방 3개짜리 전셋집을 구할수도 있었지만 ‘화곡동 빌라왕’ 사건 이후 빌라 전세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 출처 : 뉴스1

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발생한 전세금 미반환 신고는 737건에 달한다. 이는 서울 전 지역 사고의 41%에 해당하는 것으로, 특히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빌라왕’ 김 씨가 숨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화곡동 빌라에 전세를 살았다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번지면서 가양동 아파트 전세 시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곡동과 거리가 멀지 않으면서 빌라 전세와 비슷한 가격인 2억원 안팎의 보증금으로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 면적 아파트가 많은 ‘가양성지 2단지’, ‘가양강변 3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화곡동의 한 개인중개업자는 “빌라에서 전세 만기가 다가온 세입자들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지 물어보면 10명 중 7~8명은 갱신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며 “추후 계획을 물어보면 가양동 아파트 전세를 구하겠다는 세입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화곡동 빌라 전세 세입자들의 상당수가 신혼부부 또는 사회초년생”이라며 “이들은 2억원 초중반대의 예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금액으로 화곡동에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는 어렵다. 근처에서 예산을 맞는 곳을 찾아보다보니 가양동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중개사들에 따르면 화곡동에서는 2억원 정도로 깔끔하게 인테리어된 방 3개짜리 빌라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방 2개짜리 가양성지 2단지 전용 39㎡의 전세 호가는 1억90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양강변 3단지 전용 39㎡ 전세 호가도 2억원부터 형성됐다. 이들 단지 전용 34㎡ 전세는 1억원대 중반에도 찾아볼 수 있다. 화곡동 방 3개짜리 빌라 전세와 가양동 방 2개짜리 아파트 전세 시세가 비슷하다. 빌라보다 좁고 낡은데다 방도 줄어드는 셈이다.

가양동에서도 화곡동 세입자 유입을 체감한다는 중개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세 사기 공포 때문에 더 낡고 좁은데다 보증금마저 비싼 아파트로 이사를 감수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깔끔한 물건'만 찾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가양동의 개업중개사는 "상담 온 손님에게 지금 어디 사시느냐고 물어보면 화곡동이라 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화곡동 세입자가 가양동에 유입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강남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어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지하철 9호선이 다니기에 다른 지역보다 더 주목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다른 개업중개사는 "화곡동과 신월동에서 상담 오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도 "이들이 찾는 매물은 대출 없는 아파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양동 아파트 전세가율이 40%대에 불과하다보니 약간의 근저당은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럼에도 전세를 구하는 분들은 (근저당이 있는 매물을)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분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도 필수적"이라며 "세입자들 사이에 높아진 전세 사기 공포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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