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강경 투쟁 첫날, 정치계는 미동도 안 했다

- 국민 설득 부재에 국회 움직임 없어... 국회 “결국 내부 정치용 움직임” 평가절하
- 비대위는 더욱 강경한 투쟁 의사 밝혀... “전에는 없었던 투쟁 수단 동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한달 만에 본격적인 강경 투쟁에 돌입했지만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어떤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특히 투쟁 상대인 국회는 의협의 비대위 구성 및 강경 투쟁 시사가 회원들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내부 정치의 일환 수준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 출처 : 청년의사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9일 13개 구의사회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상대 투쟁 선포식을 진행한다. 선포식은 민주당 사 앞에서 진행되며 100여 명의 의사단체 임원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포식이 직회부 사태 이후 한 달만의 본격적인 일정 시작임에도 기존 투쟁과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당 주도로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로 직회부 된 이후 비대위 의결까지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며 1주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해당 법안들이 이르면 23일, 늦어도 30일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최소 3주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아 촉박한 상황이 됐다.

이렇게 촉박한 시간에 비대위의 투쟁 수위가 중요해졌지만 그만큼의 투쟁력은 보이지 못하고 있어 협회와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대위 결성 이후에도 별다른 투쟁의 차이가 없다면 이를 구성하면서 오히려 시간만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력한 의협 차기 회장 후보자들이 비대위원장에 줄지어 출마하면서 국회에서는 이를 내부 정치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관계자는 “의료계의 투쟁이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의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며 “의협 비대위 결성 단계부터 집행부의 생존을 위한 내부 정치의 일환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대위를 통해 이뤄질 투쟁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대위 박명하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서울특별시의사회를 통해 민주당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하고 삭발투쟁을 감행한 바 있다. 더군다나 지난 3일부터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을 중심으로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의협 비대위보다도 투쟁 수위나 강도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치협 박태근 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피 끓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우리가 단결해 악법을 폐기해야 한다. 오늘로서 단식 나흘째로 힘들지만 여러분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투쟁을 신호탄으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연합해 간호법·면허취소법 폐기를 관철할 수 있을 때까지 이 한 몸 바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하기도 했지만 의협 비대위는 눈에 띄는 투쟁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대위 투쟁의 로드맵이 불명확한 상황도 회원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잂 비대위 1차 회의에서 확정된 사안은 의협 회간에 게재된 간호법·면허취소법 규탄 현수막 유지와 대국민·회원을 대상으로 한 영상 홍보 강화 정도이다. 때문에 회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선 오는 9일 집회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의사단체 임원은 “직회부 사태로 집회·총궐기대회 등 기존 방식으로 간호법·면허취소법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며 “투쟁 대상이 정치권이어서 파업을 고려하기도 힘들어 비대위 입장에서는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비대위를 구성했고 어떻게 이번 사태를 막을 것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간호법·면허취소법을 투쟁으로 막을 시기는 지난 만큼 차라리 법리적인 대안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당 법안을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차라리 간호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다른 법안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면허취소법의 경우 처벌규정을 완화하고 협회 자율징계권을 요구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다수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사안을 의료계 만으로는 막을 수는 없다. 현 상황을 뒤집기 위해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관련 법안에 대한 국민정서를 파악해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의료계 입장을 관철해 이를 제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각에 비대위는 간호법·면허취소법 폐기를 목표로 구성된 만큼, 통과 이후 대책은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대한 빨리 투쟁 로드맵을 공개하고 전에 없던 방식으로 해당 법안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책임론을 명확히 한 것이 기존 집행부와의 차이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비대위 김경태 부대변인은 "기존과 다른 투쟁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보여야 함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이 없어 회원들이 답답해 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의 최종목표는 간호법·면허취소법 폐기다. 조금만 믿고 기다려준다면 하지만 조만간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고 선포식을 진행하면서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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