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글로벌 경제침체, 공급망 불안 등으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마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취업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대기업 중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기업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 중 올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45.2%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15.1%는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39.7%는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이 무렵에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던 기업은 7.9%에 불과했는데 1년 사이 1.9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절반 이상(50.8%)는 지난해 수준의 채용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답했고,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도 24.6%에 육박했다. 지난해 자료와 비교하면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의 비율이 4.3%(2022년)에서 24.6%로 크게 오른 셈이다.

기업들은 이런 채용 축소·중단의 이유로 ▼국내 경기의 불안(29%) ▼사내 구조조정·긴축 체제(29%) 등을 꼽았다. 반면 채용을 늘리기로 한 기업들은 ▼미래 인재 확보(42.9%) ▼경기·업황 개선 전망(35.7%) 등을 이유로 답했다.

신입 공개 채용을 줄이는 대신 ‘중고 신입’(신입사원으로 지원하는 경력직)을 크게 선호하는 현상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런 점은 기업들이 올 상반기 채용 시장 트렌드에 대해서 ▼수시 채용 확대(31.1%) ▼경력직 채용 강화(28.3%) 등을 꼽은 점에서 잘 나타난다. 실제 국내 5대 그룹 중 삼성만이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다른 기업들은 사업부·팀 별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수시 채용을 늘리는 추세이다.

응답 기업의 10곳 중 6곳은 올 상반기 수시 채용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공개채용과 수시 채용을 병행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33.3%였으며 “수시채용만 진행하겠다”는 기업도 23.8%에 이르렀다. “공개채용만 진행하겠다”는 기업은 42.9%로 가장 많았다.

중고 신입의 강세는 지난해 자료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의 5명 중 1명(22.1%)은 ‘중고 신입’으로 채용됐다. 이들의 평균 경력은 1.4년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업들이 빠르게 실무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들을 선호하면서 신입직 채용에서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경향이 지속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산업 분야의 규제 완화(30.1%) ▼고용 증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21.7%) ▼신성장 동력 분야 지원(16.9%)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12.9%)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추경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 침체 여파에 따라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영 방침을 보수적으로 정비, 채용 시작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국회가 규제 완화, 조세 지원 확대 등으로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덜어주고 고용 이력을 확충시켜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