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교육을 위해' 간호사 학교 내 배치, 난색 표하는 의료계

-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교육부, 학교 내 간호사 상주 법안 추진중
- 의료계·법조계 반대의사 표명... “의료법 위반 소지, 간호사 단독 진료 허용 시도 부적절”

몸이 아파 건강문제로 인해 입원치료가 불가피한 환자들도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교육부가 환자들이 수업 중 위험한 상황 발생을 대비해 학교 내에 간호사를 배치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책임 소재 등 여러 문제가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뿐만 아니라 법조계의 의견이다.


▲ 출처 : 메디칼타임즈

특히나 중증호흡장애가 있는 중환자의 경우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전문적인 의료행위 제공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간호사의 간호만으로는 정책 실효성이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8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환자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간호사들을 학교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주도 아래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의 관계 부처가 협의를 시작했으며 정부는 간호사를 공무원 신분으로 채용하는 방안에 대해 법령 검토 및 수요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책은 지난달 22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희귀 근육병으로 인공 호흡기를 착용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 환자의 사연을 전해 듣고 직접 지시를 내린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해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기기를 착용한 환자들도 학교 수업을 받게 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으로 간호사들은 학교 내 의료기기 사용과 경관영양, 가래 흡인 등의 의료행위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의료지원이 필요한 특수교육대상자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의료 전문 인력을 학교에 배치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을 포함시키는 법 개정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공익 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간호사의 의료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복지부의 과거 유권해석이 있기 때문에 법률상으로는 크게 문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법 상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없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위반사항이며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의 문제도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이슈가 간호법 제정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간호사의 단독 진료와 업무영역 확대 등 간호법 논란에도 연관되는 탓에 간호사들이 의료법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도 “간호법에 이어 학교 내 단독 진료까지 허용된다면 충분히 간호사의 독자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면서 “간호사의 진료는 기본적으로 의료법의 틀 안에서 의사의 지시와 감독 아래 이뤄지는 것이 맞지만 이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교육부는 이 같은 조치 추진의 근거로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언급했는데 의료법 규정도 아닌 유권해석만 가지고 이런 예외 사항을 지속적으로 만들다보면 예외 사항이 기본사항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법률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지속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도 실제 사례 중 회사 내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물리치료를 하다가 환자 화상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큰 논란 끝에 물리치료사가 모두 책임졌다”며 “이번 정책의 경우에도 간호사가 의사 지도없이 진료를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또한,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는 이번 정책이 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간호사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진료는 매우 한정적임에도 간호사의 직접 진료를 권장하는 듯한 모습은 의도가 불순하다”며 “인공호흡기까지 다는 학생의 경우 중환자로, 감염에도 매우 취약할 텐데 이런 환자가 병원이 아닌 간호사만 있는 일반 학교에 두는 것이 의학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환자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만 감염 문제로 인해 환자의 증세가 악화될 우려가 크고 위급상황 속에서 간호사가 직접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매우 낮다보인다”며 “차라리 어린이병원 내 특수학교를 늘리는 정책이 적절하지 않겠나”라고 조언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도 “의료기관 외 간호사 단독진료로 간호사의 업무영역 확대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며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의 고유한 역할에 혼선을 줘서는 안되며 기존의 보건교사의 역량 이상의 중증호흡장애가 있는 중환자의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전문적인 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입법 절차 과정 자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료계 단체들과의 논의는 배제한 채로 정부 기관끼리만 협의해 법안이 만들어지고 제도가 바뀌는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아 환자들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존중하고 좋지만 이런 식으로 현장에 도입될 수 있을지 여부를 현장 의사들과 토의 한마디 거치지 않은 채 미리 다 정해놓는 시스템은 문제”라며 “진료 와중에 튜브가 빠지거나 음식물이 폐로 유입되는 등 응급상황 발생할 우려도 크다. 이럴 땐 간호사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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