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무성한 소문만 가득해 우스갯소리로 ‘남북통일’이 먼저냐,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먼저냐하는 농담까지 만연했던 애플페이가 마침내 출시됐다. 국내 NFC 단말기의 도입 미비로 인해 당장 업계 1위 삼성페이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첫 날에만 17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이 애플페이를 등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1일 용산구 한남동의 현대카드 언스테이지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애플페이의 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우여곡절 끝에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EMV 방식과 더불어 국내에서 NFC 간편결제 서비스가 시작된 첫 번째 사례다. 이날부터 국내 소비자도 해외에서처럼 카드를 긁거나 삼성페이처럼 가까이 대지 않는 비접촉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현대카드가 발급한 카드를 아이폰, 애플워치, 맥, 아이패드에 내 지갑(어플)에 추가한 이후 애플페이 결제 시 측면 버튼을 두 번 눌러 결제창을 열거나 단말기 근처에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현재 애플페이 이용 가능한 가맹점은 국내 4대 브랜드의 전국 편의점을 비롯해 코스트코, 현대·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롯데시네마 등 오프라인 가맹점과 배달의민족·도미노·폴바셋·이니스프리·무신사 등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

던킨 올비 애플 애플페이 인터내셔널 총괄은 “한국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해 준 애플팀과 현대카드 모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본인의 첫 번째 아이폰을 들고 등장한 정태영 부회장은 “오전에만 벌써 17만명이 애플페이 등록을 마쳤다”고 강조했다. 애플페이와 현대카드는 앞으로 사용처의 빠른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EMV 방식이 한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물론 가장 발달한 형태인 NFC 단말기가 본격 보급되는 날이다”면서 “애플페이의 시작은 국내 다양한 페이먼트 생태계 발달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출시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간편결제가 가능한 유일한 스마트폰이던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에 점유율을 일정 부분 내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이폰에 간편결제 기능이 도입되면 20∼30대 사용층이 두꺼운 아이폰 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편, 삼성페이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테스크포스(TF)를 꾸리며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삼성은 최근 네이버페이와 손을 잡은 것에 이어 카카오페이와도 서비스 연동을 위한 제휴를 추진중이다. 3사의 연합 전선이 구축되면 삼성페이의 활용 범위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온라인 가맹점으로 넓어진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이용자들 역시 삼성페이로 결제 가능한 모든 오프라인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