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양의사 갈등, 뇌파계 소송으로 다시 불 붙는다

- 2심 재판부 원심 뒤집고 한의사의 뇌파 진단기 사용 허용 취지 판결... 대법원 판결 앞 둬
-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지난해 말부터 논의 중... 초음파 기기 이어 허용될까 관심
- 醫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 국민건강 위협”... 韓 “의사만 사용 가능? 이기주의 극치”

지난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관한 소송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양의사와 한의사간의 최첨단 진단기에 관한 갈등이 다시 한 번 불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한의사 뇌파계 사용’의 소송 결과에 양 측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청년의사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행정 소송에 관련해 지난해 10월 전원합의기일 심리를 지정하고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한의사 A씨는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 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고 일간지를 통해 광고했다. 이에 서초구 보건소는 2011년 1월 한의사 A씨가 면허 자격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를 게재했다는 명목으로 경고 및 업무정지 3개월을 내렸다.

이어 보건복지부도 2012년 4월 한의사 면허 자격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A씨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이 “뇌파계를 이용한 파킨슨병·치매 진단이 의료법상 허가된 ‘한방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어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부당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고, 보건위생상 위해와 우려가 없이 진단될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 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순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뇌파계는 혼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 사용 자체로 인한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하는데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없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 “뇌파계는 환자의 머리에 전극이 부착된 캡을 씌우고 약 5분간 조용한 분위기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면 검사결과가 추출돼 의사에게 통보된다”며 “검사 시행자가 추가로 판독해야 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X-Ray, 초음파기기와 같이 전적으로 의사의 판독에 의해서만 결과가 추출되는 것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자동 추출되는 측정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뇌파계의 보건위생상 위해도가 높지 않고, 측정 결과가 상당한 수준으로 자동 추출되며, 이를 활용하는데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거나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ㆍ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의사가 사용해도 우려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후 복지부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해당 내용을 심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뇌파계는 전기생리학적 변화를 바탕으로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서 한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행위로 볼 수 없음으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계에 존재하지도 않는 병명인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위해 뇌파계를 사용한 것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한의학적 의료행위에 입각해 이를 적용,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계신경학연맹(World Federation of Neurology), 국제 파킨스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International Parkinson and Movement Disorder Society), 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Asian and Oceanian Association of Neurology)와 같은 해외 학회 등 관련 기관에서도 의사가 아닌 한의사가 뇌파를 사용하고 특히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한다는 것에 놀라움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서를 대한의사협회에 보내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된 부분을 강조하며 의료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의협은 “한의사들이 의과의료기기, 특히 환자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뇌파계의 불법적인 사용을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고 있는 협회로서는 이를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뇌파계 사용과 같은 한의사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불법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에는 한방 무면허의료행위에 철저한 관리ㆍ감독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의계는 이에 관해 양의계가 여전히 이기주의에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뇌파계 사용 소송에 관련해 “사법부의 큰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의계는 아직도 자신들만의 우물 안에 갇혀서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을 맹목적으로 가로막으며 한의약 폄훼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서울고등법원에서 무려 7년전에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양의계는 이를 ‘불법’이라며 사법부의 존엄한 판결을 멋대로 부정하는 파렴치한 모습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협은는 “양방의 이러한 모습은 이성을 잃고 법 위에 군림하려는 무소불위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는 것으로,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것”이라며 “현대 진단기기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이자 문명의 이기로, 이를 적극 활용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의협 3만 한의사 일동은 초음파와 뇌파계 등 다양한 진단기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한의약 치료로 국민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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