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질병의 심각도나 징후 등과 상관없이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두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사망 이유로는 악성 종양과 뇌혈관 질환 등 질환의 악화였지만 외부요인으로는 자살도 높게 나타나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부 및 보건의료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순천향대 부천병원 문혜진 신경정신과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뇌전증 환자의 조기 사망 및 사망 원인 코호트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인 Neurology에 22일 개제됐다.

뇌전증이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 상태에 이르러 의식 소실, 발작 등을 일으키며, 일반인 대비 2~3배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질환이다. 뇌전증 자체만으로 사망률이 이렇게 극심하게 오를만큼 치명률이 높은 질환은 아니지만 발작의 발생 시 호흡정지나 낙상 등의 상해,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자살 등이 사망률에 크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연구진은 뇌전증 환자들의 원인별 사망 위험 평가 연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사망 기록과 관련된 국민건강보험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새로 진단 및 치료된 뇌전증은 항경관련제 처방과 진단 코드로 구분하고, 2017년까지 모든 원인 및 원인별 조사망률과 표준화 사망비(SMR)를 추적 관찰했다.

해당기간 동안 총 13만 8,998명의 환자 중 2만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추적 기간은 4.79년이었다. 표준 사망비는 뇌전증 환자 전체 그룹에서 2.25로 주로 젊은 층에서 연령값이 더 높게 나타났다. 표준 사망비가 2.25라는 것은 일반인에 비교해 사망 위험이 약 2.25배 높다는 의미다.

단일제 투약 그룹의 SMR의 경우에는 1.56, 항경련제 4개 이상을 투약하는 중증의 경우 4.93으로 나타났다. 또, 합병증, 동반질환이 없는 환자의 경우 1.61로 나타났고, 농촌 거주자는 2.47로 나타나 도시 거주자 2.03보다 높게 나타났다.

뇌전증 환자의 사망 원인으로는 뇌혈관 질환(18.9%, SMR 4.5), 중추신경계 외 악성 종양(15.7%, SMR 1.37), 중추신경계 악성종양 (6.7%, SMR 46.95) 등 질환의 악화가 주로 꼽혔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뇌전증 자체의 증상과 간질 발작으로 인한 사망이 1.9%에 머문 반면, 외부요인 중 가장 높았던 자살(2.6%)이 이보다도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또, 자살률은 젊은 환자일수록 더 높게 나타나다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약제를 투약받은 관리 그룹에서조차 초과 사망률을 기록했고, 외부 사망 요인으로 자살이 높게 나타난 점을 감안해 의료인이나 의료시스템, 주변인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코호트 분석엣 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 중 합병증이 없는 환자에서도 초과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며 “외부 원인에 의한 사망률의 지역적 격차와 지속적인 위험은 개입의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작의 적극적인 관리 이외에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선 부상 예방 교육이나 자살 등에 대한 모니터링, 뇌전증 관리에 대한 접근성 개선 등의 전반적인 사회·의료시스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