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국민건강권 사수 위해”

-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 통해 강경 투쟁에 대한 국민 이해 호소
- “간호조무사 등 다른 약소 직역의 일자리 빼앗아 ‘간호사 중심 병원 밖’ 진료 형성할 것”
- 이어지는 의사단체 규탄·비판 성명... “의료인도 국민 중 한 사람”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총파업이 결정된 가운데 의사 단체들은 이번 투쟁의 목적이 국민 건강을 사수하기 위함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 출처 : 메디칼업저버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자리에서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자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 건강권 사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간호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정부·여당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고 원안 그대로의 처리를 강행하면서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지난 25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또 법안 처리가 강행된 이후에는 의협 이필수 회장과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도 단식 투쟁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날 대국민 서신을 통해 이러한 의료계의 총파업 움직임이 국민 반발을 살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다만 이런 총파업 카드를 꺼내게된 이유가 단순히 직역간의 밥그릇 싸움이라기 보다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이 향후 5~10년 안에 국내 전반적인 의료의 형태와 질 모두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보건복지의료계 직역 단체장들이 모든 현안을 뒤로하고 단식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특혜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간호사 직역만의 처우 개선에 치우쳐져 있고,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다른 약소 직역의 처우 개선은 언급조차 없다”며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약소 직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호사 중심’의 ‘병원 밖’ 의료 지형을 형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호법은 결국 간호사의 의료 이탈을 부추겨 지역사회에서 이들이 선호하고 있는 일부 역할을 제외한 필수의료의 공백을 더욱 극대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도 의료와 관련 없는 금고 이상의 모든 형에서도 면허를 박탈해 필수의료현장의 신속성·전문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나아가 의사로 하여금 사고 발생 위험도가 높은 필수의료를 더욱 기피하게 되어 방어 진료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런 민주당 등 국회의 행보에 대해 의사단체들의 강력한 규탄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은 사회적 합의 없이 민주당에 의해 일방적 강행처리된 법안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여당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여·야 협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원 행사를 시사한 만큼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는 요구이다.

비대위는 "결국 간협이 원하는 것은 '지역사회' 문구가 포함된 간호법을 제정해 기득권 간호사와 그 배후에 있는 노조에서 돌봄사업의 이권을 독차지하려는 것"이라며 "의료인면허위소법 역시 여·야 할 것 없이 대다수의 국회의원이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고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재의요구권 행사의 요건에 부합하는 무리한 입법임이 자명하게 드러났기에, 대통령실의 올바른 결단이 내려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도·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 등 시도의사회와 내과·정신건강의학과·정형외과·응급의학과·산부인과·비뇨의학과 등 전문과 의사회들의 규탄 성명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울산광역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인 역시 국민임을 강조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여당이 내놓은 중재안인 중범죄에 대한 면허취소는 수용할 수 있지만 원안은 보건의료체계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지적이다.

울산시 의사회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급하게 이동하다가 생긴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면허가 취소되는 법안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며 "간호법 역시 오로지 간호사만을 위한 이기적인 법안으로 타 보건의료단체의 업무영역을 침범하고, 무분별한 돌봄형태의 단독개원까지도 서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번 사태로 격화할 직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사태는 국민 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만을 챙기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같은 형평성에 어긋난 악법이 통과되었더라도 실제 법 집행의 여부에 대해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대승적인 관점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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