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뒹굴고, 탱크 모는 차기 여왕들... 공주도 예외없는 군사훈련

스페인의 차기 여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왕위 계승서열 1위인 레오노르(17) 공주은 올 여름부터 3년간 군사훈련에 참가하기로 했다. 필리페 6세의 맏딸인 레오노르 공주는 매력넘치는 패션감각과 프랑스어, 아랍어 등 외국어 능력까지 갖춰 국민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군사 훈련에까지 참여하면 인기가 더욱 높아져 ‘호감형 공주’ 입지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 스페인 왕위 계승 1순위 레오노르 공주(왼) ㅣ 출처 : 연합뉴스

왕위 계승자이긴 하지만 공주임에도 군 훈련에 참여하는게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여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군주제 국가에서 차기 여왕에 오를 공주들이 군사훈련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 계열의 한 잡지는 이에 대해 “명목상 국왕이 군대의 총사령관을 겸하는 군주국의 왕위 계승자는 누구나 군사 훈련을 받고, 군 경력도 가져야 한다. 왕위에 오를 예정인 공주에게도 예외는 없다”고 분석했다.

레오노르 공주는 향후 3년동안 육·해·공 군사 훈련을 모두 받는다. 사라고사의 육군 사관학교에서 1년간 훈련을 받고,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 훈련선에 승선하는 과정을 포함한 해군 사관학교, 제너럴 에어 아카데미(공군 사관학교)까지 차례로 3년 과정을 거친다.

그는 스페인에서 약 200년 만에 탄생할 여왕 후보 1순위다. 왕실의 규정상 남성 후계자가 태어나지 않는다면 레오노르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 장관은 공주의 군사훈련에 대해 “스페인에서는 왕의 계승자가 군사 훈련을 받는 것은 리더쉽을 위한 필수 단계”라고 설명했다.


▲ 군사훈련을 받는 엘리자베스 공주 ㅣ 출처 : 벨기에 왕실 인스타그램

벨기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필리프 벨기에 국왕의 장려로 역시 왕위계승 1순위인 엘리자베스(21) 공주는 18세 때 이미 왕립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당시 위장 물감을 얼굴에 칠하고 자동소총을 든 채로 들판을 달리는 공주의 모습은 SNS를 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벨기에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 될 것으로 보이는 그는 함께 훈련을 받은 160여 명의 동기들과 함께 흙바닥을 뒹굴고, 타이어를 든 채로 스쿼트를 하거나 완전 군장 차림으로 행군을 하는 등 훈련을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또한 식사배급, 청소 등 다른 생도들처럼 예외 없는 생활도 했다. 만일을 대비한 경호원 1명이 상주했던 것을 제외하면 ‘공주님 대우’는 전혀 없었다.

벨기에 왕실은 엘리자베스 공주가 성실하게 군사훈련을 받는 모습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엘리자베스 공주의 입대는 40여년 전부터 군사 교육을 받은 아버지 필리프 국왕 등 벨기에 왕실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다만 공주가 입대한 사례는 벨기에 왕실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벨기에는 아들만 왕위를 물려받는 장자상속 우선 원칙을 폐지한 1991년부터 첫째 자녀의 경우 성별과 무관하게 왕위에 오른다. 엘리자베스 공주가 왕위에 오른다면 벨기에 최초의 여왕이자 여성 육군 총사령관 칭호를 받게 된다. 벨기에 이외에도 노르웨이·네덜란드·영국·스웨덴 등이 왕위 계승에서 남녀차별을 없앴다.

노르웨이의 여왕 후보는 한술 더 떠 탱크를 운전하기도 했다. 왕위 계승 1순위인 잉그리드 알렉산드라(19) 공주는 육·해·공을 넘나들며 군사훈련을 받았고, 육군 훈련 때에는 탱크에 탑승해 운전하는가 하면, 부대원들을 대피시키고, 의료진을 돕는 위생훈련까지 받았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함정 중 하나인 노르웨이 왕립 해군의 초꼐함을 타고 해군 훈련을 완수하기도 했다.

나아가 올 1월엔 "인생의 버킷리스트(꼭 하고 싶은 일 목록)였다"며 낙하산 강하 훈련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현지 방송국 NRK는 알렉산드라 공주가 세계 유일의 여성 특수부대인 FSK 부대원과 함께 2만피트(약 6096m) 높이에서 낙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이 낙하산 훈련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는 왕족의 군사훈련에 남녀 차별을 두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 최근 작고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포함하여 왕족 대부분이 군사훈련을 받았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여군 수송대에 자원 입대해 트럭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유럽 왕실 등을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다가 미키코(多賀幹子)는 아에라에 "왕실 구성원의 군사 훈련이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가치관이 유럽 국가에서는 보편적이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와 국민을 지킬 준비를 한다는 차원에서 공주도 총 다루는 법, 전선 병사의 상황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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