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시작된 프로야구에서 초창기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개인순위 타이틀은 다름아닌 ‘홈런왕’이다. 40년이 넘는 프로야구에서 수비부담이 큰 포지션인 포수가 홈런왕 타이틀까지 차지한 시즌은 겨우 5시즌이고, 이마저도 단 2명 뿐이다. 역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 두명의 레전드에 올시즌 LG트윈스 안방마님 박동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홈런왕’을 차지한 포수는 역대 단 2명, 이만수와 박경완 뿐이다. 이만수 전 감독은 KBO 초창기 1983년과 1984년, 1985년에 이르기까지 홈런왕 3번에 오르며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헐크’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파워있는 스윙과 화끈한 타격을 갖춘 ‘공격형 포수’의 선구자였다. 이 전 감독은 1983년 27홈런, 1984년 23홈런, 1985년 22홈런으로 리드 1위에 올랐다.
이후 90년대 들어 포수 홈런왕의 계보는 멈춰 수비형 포수의 시대가 찾아왔다. 간혹, 김동수(전 LG, 현대)처럼 화끈한 타격을 보여준 포수는 있었지만 홈런왕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안정적인 수비와 팀을 리드하는 능력을 개인 타격보다 중시하는 기조가 들어서면서 포수 홈런왕은 더 멀어지는 듯 했다.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포수가 바로 박경완 현 LG코치였다. 1990년 데뷔해 매년 20홈런을 꾸준히 쳐내던 박 코치는 현대유니콘스와 SK와이번스에서 뛰던 2000년과 2004년 홈런왕에 올랐다. 2000년에는 무려 40홈런을 때려내며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 타이론 우즈(39홈런), 이승엽(36홈런) 등을 뿌리치고 홈런왕에 올랐다. 2004년에도 현대 브룸바를 1개차로 따돌리며 34홈런으로 두 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이후 20여 년이 지나도록 포수 홈런왕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지난 3월 WBC에서 ‘메이저리거’ 다르빗슈를 상대로 홈런을 터트리는 등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 포수로 활약하고 있는 두산의 양의지가 포수 홈런왕 숙원을 풀어줄 것으로 많은 팬들이 기대했으나 아직 홈런 1위에 오른 적은 없다.
양의지는 2018년~2022년까지 5년 연속으로 20홈런을 때려냈고, 그 중 2020~2021년에는 2시즌 연속 30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NC에서 뛰던 2021 시즌에는 초반에 엄청난 페이스로 홈런을 때려내며 6월까지 19홈런, 1위를 달렸으나 후반기 페이스가 꺾이며 홈런 30개, 리그 5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에 올시즌 도전장을 내민 선수가 시즌 전 FA로 LG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박동원이다. 박동원은 25일 SSG전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며 시즌 12개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리그 2위 그룹인 두산 로하스, 한화 노시환 등이 9개를 때려내며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박동원은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꾸준히 홈런을 추가하고 있다. 4월에 4개를 때려냈던 박동원은 5월들어 8개를 때려내며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체력소모가 큰 포지션인 만큼 여름을 잘 넘기는 것이 관건이다. 아직 시즌이 4분의 1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은 만큼 시기상조긴 하지만 투고타저 구장으로 악명높은 잠실구장을 호쾌히 넘기는 박동원의 강렬한 타격은 많은 KBO 팬들에게 19년 만의 포수 홈런왕 등장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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