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쏜 ‘군사위성’이 떨어져 나에게 손해를 입힌다면?

- 남북 모두 가입한 국제 조약 상 배상책임 북한에 있어
- 개인이 법원 통해 배상 책임 물을 경우 북한 모르쇠로 일관할 확률 多

지난 3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했지만 실패해 서해상에서 소실됐다.



북한의 공식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이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예정됐던 군사정찰위성 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으나 로켓이 정상 비행 도중 2단 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역을 잃고 서해상에 추락했다”고 실패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이 위성으로 주장하는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 2016년 2월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으로,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행위여서 국제사회에서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또, 발사체가 남쪽을 향해 발사되면서 31일 이른 아침 서울과 백령도에 경계·공습경보가 발령되어 위급 재난 문자가 발송되는 등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북한의 발사가 서해상에서 소실되면서 우리나라에 별다른 재산·인명 피해를 입히진 않았지만, 만일 북한이 쏜 로켓이나 위성이 우리나라의 영토나 영해로 떨어져 사람이 다치거나 재산 상의 피해를 입힌다면 책임 소재가 어떻게 될까?

◆ ‘국제 조약’ 상으론 북한 정부에게 배상 책임

로켓, 위성, 미사일 할 것 없이 만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우리 영토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 우주로 물체를 발사한 주체인 북한 정부가 원칙적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가입한 국제 조약 2개가 그 근거로 작용한다.


1. 우주조약 (1967)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 국가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우주조약)


제7조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에 물체를 발사하거나 또는 그 물체를 발사하여 궤도에 진입하게 한 본 조약의 당사국과 그 영역 또는 시설로부터 물체를 발사한 각 당사국은 지상, 공간 또는 달과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에 있는 물체 또는 동 물체의 구성 부분에 본 조약의 다른 당사국 또는 그 자연인 또는 법인에게 가한 손해에 대하여 국제적 책임을 진다.

2. 책임조약 (1972)
‘우주물체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국제 책임에 관한 조약’ (책임조약)


제2조
발사국은 자국 우주물체가 지구 표면에 또는 비행 중인 항공기에 끼친 손해에 대하여 보상을 지불할 절대적인 책임을 진다

제9조
손해에 대한 보상청구는 외교 경로를 통하여 발사국에 제시되어야 한다. 당해 발사국과 외교 관계 유지 하고 있지 않은 국가는 제3국에 대하여 발사국에 청구하도록 요청하거나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이 협약에 따라 자국의 이익을 대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또는 청구국과 발사국이 공히 국제연합의 회원국일 경우 청구국은 국제연합 사무총장을 통하여 청구할 수 있다.

제10조
손해에 대한 보상청구는 손해의 발생일 또는 책임져야 할 발사국이 확인한 일자 이후 1년 이내에 발가국에 제시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두 조약 모두 수십년 전부터 우주로 쏘아올린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거나 지표면, 항공기 등에 피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는 국제조약이다. 해당 조약에 우리나라는 1980년부터, 북한은 지난 2016년부터 해당 조약에 가입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이 쏜 위성·로켓 또는 그 부속품·추락물 등에 의해 우리나라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원칙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조약에 따라 공식 외교채널이나 UN 사무총장 중재 하에 발사국인 북한 정부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이런 배상은 손해발생일로부터 1년 혹은 손해를 입게 된 날로부터 1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해당 조약에 따라 국가간의 배상이 이뤄진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1978년 지구 궤도를 돌던 소련의 원자력 잠수함 탐지 해양 정찰 감시 위성인 ‘코스모스 954호 사건’이 대표적이다.

1977년 소련에서 발사된 해당 위성은 이후 지구 궤도를 돌던 중 위성 압력계통에 고장을 일으켰고 결국 지상으로 추락했다. 당시 코스모스 954호는 대기권에 돌입하며 산산조각 났고, 그 잔해의 일부가 캐나다 북서 지역의 800km에 걸쳐 흩뿌려졌다. 당시 직접적인 인명피해나 재산 손해가 발생하진 않았으나 이 위성에 원자로가 실려 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캐나다는 군을 동원해 파편 등을 수고했고, 방사능에 오염된 파편 2개가 발견된 사실을 소련 측과 UN 사무총장에게 통보했다. 소련은 방사능 오염의 원인이 위성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캐나다는 책임조약 등을 근거로 삼아 위성 잔해 수색과 방사는 검사, 청소 작업에 쓰인 비용 일부를 소련 측에 청구했고, 3년간의 교섭 끝에 1981년 소련이 캐나다에 300만 당시 캐나다 달러를 지급하며 배상이 마무리 됐다.


▲ 출처 : 합참

◆ 국가 아닌 개인도 직접 법원에 소송 제기 가능

물론 위의 내용은 국가간의 배상 책임 관계를 정리한 사례이기에 정부가 다른 나라의 정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그 유족 등이 조약을 근거로 해당 정부에 직접 배상을 요구하기는 사실 어렵다.

결국 개인 차원의 대응으로는 민법과 같은 국내법을 근거로 법원을 통해 북한 정부에 상대로 배상 책임을 제기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

북한도 우주에 쏘아올린 물체로 인한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 대한 법령을 2013년 제정한 ‘우주개발법’을 통해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령의 제19조에 따르면 ‘우주활동과정에 피해를 주었을 경우 해당한 보상을 하며,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북한)의 우주활동에 피해를 주었을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사업은 국가우주개발지도기관과 해당 기관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주활동으로 인한 피해가 있을 경우 그 배상을 하고, 피해를 입을 경우 배상 받겠다는 내용을 명시한 법령을 북한 스스로도 제정하고 있어 배상 재판 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출처 : 연합뉴스

◆ 그렇다면 개인도 배상 받을 수 있을까? 모르쇠 일관하면 사실상 못 받아

그렇다면 북한이 발사한 물체가 우리나라에 떨어져 위 조약이나 법원 판결을 통해 구제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인 만큼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배상 받을 가능성이 있을까? 사실상 어렵다.

우선 책임조약에 따른 배상의 경우 물체를 쏘아올린 국가와 피해를 입은 국가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청구위원회’를 꾸리게 되는데 이 위원회를 북한이 따를지가 미지수다.

나아가 우리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배상 책임을 문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우리 정부와 늘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배상 요구에 응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북한이 우리 국내에 소유한 자산이 전무한 만큼 모르쇠로 일관했을 때 강제로 이를 몰수·동결할 방법도 없다.

이 때문에 북한 정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우리 법원의 판결이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으나 실제 배상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지난 2020년 서울중앙지법이 국군 포로 출신 탈북자 2명에 대해 북한 측에 각각 2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달 초에도 국군 포로 3명이 유사한 소송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원고 2명은 승소가 확정되자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북한 관련 저작물을 사용한 대가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지불했던 저작권료 중 대북 제재로 북한에 전달되지 못한 돈에서 배상을 받으려 했지만 추심금 소송에서 경문협이 승소해 배상이 무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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