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체포, 안 가면 ‘겁쟁이’되는 푸틴, 어떤 선택 내릴까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할 지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출처 : AP 연합뉴스

앞서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면서 체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남아공은 ICC 회원국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영토 안으로 들어올 경우 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1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15일 남아공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참석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남아공 모두 참석 여부와 관련해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ICC가 푸틴에 적용한 혐의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어린이들을 러시아 연방으로 강제 이주시킨 범죄 행위이다. 러시아 정부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인도적으로 자국으로 대피시킨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ICC 측은 인정하지 않았다. ICC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1만 6000여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불법 납치됐다고 보고 있다. ICC가 현직 국가 원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피의 숙청’으로 국제적 비난을 샀던 수단의 오마르 알-비시르 전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상황에 놓였다. 브릭스 회의에 초청받고도 체포될까봐 두려워서 불참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겁쟁이’라는 조롱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성적이고 강직한 이미지로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푸틴에게는 이런 조롱이 국내외적 정치적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참석할 경우에는 남아공 정부가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정부는 대체적으로 친러성향에 가깝지만 ICC회원국인 만큼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 실제로 푸틴 체포 영장이 발부되고 한달이 채 되기 전, 사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ICC 탈퇴를 선언했으나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이를 철회했다.

푸틴 체포에만 반발해 ICC 탈퇴를 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폴 마샤틸레 남아공 부통령도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가 체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푸틴을 체포할 수는 없다”며 “그냥 푸틴이 오지 않는 것이 우리로선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토로했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옛 소련 시절부터 지원을 받으며 러시아와 공고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유엔(UN)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총회 결의안을 낼 때도 남아공은 기권했다.

남아공 관료들은 대안을 짜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아공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국제법상 의무를 검토하기 위해 법적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남아공은 온라인 정상회담을 개최하거나, 중국 등 제3국으로 개최지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다른 브릭스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외신들은 이달 27~2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러시아·아프리카 2차 정상회담 및 경제포럼에서 러시아와 남아공 측이 묘안을 찾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러시아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마샤틸레 남아공 부통령은 “양국 정상이 대화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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