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와 대화 의지 시사... 다만 우크라가 공격 멈춰야

- 푸틴 “대화 원천 거부 안 하지만 공격받는 상황서는 어려워”
- 우크라이나, 공세 퍼부으며 천천히 영토 수복 중... 모스크바 향한 드론 공격도
- 아프리카 연합 중재 의사 표명에 사우디아라비아도 ‘평화회담’ 제안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파기하며 국제 식량 위기를 조장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대화를 원천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 출처 : 타스연합뉴스

다만 우크라이나가 공세에 나선 것을 핑계를 들면서 공격을 멈춰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실질 휴전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어느정도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서길 원하고 있는 만큼 양 측간의 충돌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트페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무상 곡물 제공을 약속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에도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흑해곡물협정을 체결한지 1년여만인 지난 17일 일방적으로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통로인 흑해 연안 오데사를 집중적으로 포격했다.

륵해곡물협정이 파기되며 국제 식량 위기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번 러시아와 아프리카 정상들간의 정상회의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러시아는 수년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합을 통해 세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협정이 파기되며 아프리카연합(AU)가 유감을 표했고,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저조한 참석률을 기록했다.

이에 푸틴은 아프리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최대 5만 톤의 곡물을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AU측의 반응이 예전만큼 러시아를 향하지 않고 있다.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겸 AU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우릴 도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줬지만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러-우 휴전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제안이 평화의 기반이 될 수는 있지만 실현이 어렵다고 전했다. 대화할 의지는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내줬던 본래의 영토를 되찾기 위해 대반격을 선언해 대대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고, 최근에는 러시아 본토를 향한 미사일 공격도 감행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본토를 향한 드론 공격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30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냐닌 모스크바 시장의 발표를 인용해 이날 새벽 모스크바 시내 오피스 건물들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로 드론 3대가 날아와 한 대는 격추됐지만 두 대가 시내로 들어왔다가 전파 교란을 받고 추락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분쟁의 중재 구상 중 하나가 휴전이라고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를 상대로 공격 중이고,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격받는 상황에서 우리도 공격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양국간의 전쟁을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됐고,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 측이 협상의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우크라이나 측에만 일방적으로 떠넘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대화 가능성에 대해 “거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반격을 통해 영토를 수복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협상 기준점이 어떻게 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동결 분쟁(한국의 휴전과 같은)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 “우리 땅을 되찾고 우리 영토의 안보를 회복하는 것이 승리지, 동결 분쟁은 승리가 아니다”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아프리카에 이어 중동 지역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중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달 5~6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서방국과 인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이 참석하는 평화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측에서는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참석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백악관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러시아측을 지지했다는 미국측 비판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와 외교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아랍 정상회담에 초청한 바 있으며 양국간 포로 교환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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