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복합쇼핑몰 업계가 위기에 빠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강세가 갈수록 짙어지면서 오프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 소매업체들이 줄지어 파산하거나 철수하고 있고, 이에 입점사를 찾지 못해 쇼핑몰 자체도 파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한때 세계 최대 소매업체였던 시어스와 미국 3대 백화점으로 꼽히던 JC페니가 2018년 함께 파산했다.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인기를 끌던 니머마커스도 2020년 쇼핑몰 시장에서 철수했다. 미국 3대 백화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메이시스도 2020년을 기점으로 100여개의 점포를 폐쇄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부동산 조사 업체인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 875개의 백화점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올 들어서는 우리의 다이소와 비슷한 생활쇼핑업체 베드배스앤비욘드도 파산신청을 하면서 다른 오프라인 소매업체에까지 위기가 번지고 있다.
이런 핵심 매장들의 줄이은 파산은 쇼핑몰의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WSJ는 가치가 떨어진 쇼핑몰의 대표적인 사례로 코네티컷 주에 위치한 크리스탈몰을 소개했다. 해당 쇼핑몰은 지난 2012년 1억 5300만 달러(약 1930억 원)으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올 6월 쇼핑객 감소 등으로 운영난을 겪다 경매를 통해 10분의 1 수준인 950만 달러(약 120억 원)에 팔렸다. 2018년 이후 메이시스와 시어스 등 주요 매장이 빠진 영향이다.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문시몰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971년 세워진 해당 쇼핑몰의 부동산 가치는 2014년 7300만 달러(약 924억 원)으로 평가받았으나 올 3월에는 300만 달러(약 38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더군다나 쇼핑몰 업체들은 막대한 이자 부담도 져야하는 상황에 쳐해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쇼핑몰 업체들의 대출액 중 140억 달러 이상이 향후 1년 내 만기가 돌아와 상당수 쇼핑몰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으로 원리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이어지며 저금리로 대출 연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빈스 티본 그린스트리트 소매산업 총괄은 “쇼핑몰에 입점하는 백화점들이 없어지면 결국에는 쇼핑몰 전체의 매출이 줄어들고, 그 다음 업체가 연쇄적으로 떠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 미국 쇼핑몰들은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빠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죽음의 소용돌이란 특정 자산 가격이 떨어진 뒤 연쇄적으로 다른 자산 가치도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WSJ는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일부 쇼핑몰 부지를 호텔이나 기업 기숙사 등이 들어간 복합센터로 재개발하려 하지만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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