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대공세에도 전선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지는 않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고위 관계자가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도하고, 이를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노르웨이 일간지 베르덴스강에 따르면 스티안 옌센 나토 사무총장의 비서실장은 이 같은 제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노르웨이 남부 도시 아렌달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끝내는 해결책으로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대가로 나토의 회원국이 되는 것”이라며 “다만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원하는 시기와 조건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토의 공식적인 견해냐는 질문을 받은 옌센 비서실장은 “반드시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영토 양도가 이미 나토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후 지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나토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영토 양도를 전제로한 나토 가입이 언급된 적은 개전 이래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월 중순 나토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게 가입 신청국이 꼭 거쳐야 하는 장기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을 면제해주기로 합의했으나 회원국 지위 획득과 가입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옌센 비서실장의 발언에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우크라이나 외무부 측은 단칼에 이를 거절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의 게시물을 통해 “영토 양도와 나토 가입을 맞바꾸는 것은 터무니 없는 제안”이라며 “이는 고의적으로 민주주의의 패배를 선택하고, 세계적인 범죄자를 부추기는 것이며 국제법을 파괴한 러시아 정권을 보존해 다른 세대에게도 전쟁을 물려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측도 이 같은 나토의 방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은 “새로운 제안과 관련해 중오한 점은 현재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가 분쟁 중이라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내주고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선 고대 루스(과거 우크라이나 영토에 존재했던 국가)의 수도였던 키이우까지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제안은 6월 초 시작한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중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전황에서 나온 것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60만 3700㎢)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10만 ㎢ 이상을 점령중이고, 이는 우리나라의 면적(남한)과 비슷한 크기다. 서방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으로 동·남부 일부 주요 점령지를 탈환하고 올 연말쯤부터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전황의 큰 변화가 없자 출구없는 장기전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미 국민을 상대로 CNN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추가 자금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한 사람이 55%에 이르렀다.

한편, 전쟁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피해를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개전 이후 1년 6개월 동안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9444명, 부상자는 1만6940명이라는 내용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