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병원계, 경영난 극복 방안을 제시했지만 政 '갸우뚱'

- 복지부-병협 간담회서 요양급여비 선지급금 등 재정 지원 방안 모색
- 전공의 집단사직 ‘코로나19’ 재난상황 아냐…“설득 어렵다는 입장”
- “대통령과 전공의 대화 성공하려면 정부가 명분 먼저 제시해야”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영난 극복을 위해 정부에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를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병원계와 정부 사이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병협 1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간담회에서 상급종합병원장들은 두 달여 가까이 지속된 경영 악화로 인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다양한 재정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물론 비상경영체계로 전환을 선포한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장, 중소병원장, 전문병원장, 공공병원장 등 14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병원들은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고 비상진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선지급금과 가지급금 지원을 요청했다.

또 복지부 지원과 별도로 사립대학 주무부처인 교육부 차원의 사립대 부속병원들의 운영 유지를 위한 기채 승인도 제시했다. 사립대 부속병원의 경우 의대생 교육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인정될 경우 교육부 승인을 받아 일반 금융권 대출이 허용된다.

회의에 참석한 A병원장은 “병원들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니 가지급금이나 선지급금이 가능하도록 고려해 달라고 전달했다”며 “당장 월급 줄 돈 없는 병원들은 운영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병원들도 중증환자들이 상황이 나빠져 전원해야 할 때 상급병원들이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환자가 위험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태가 장기화 되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메르스나 코로나19 같은 불가항력적인 재난 상황이 아닌 만큼 재정 지원이 쉽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부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적 요인이면 (재정 지원이 가능) 하겠지만 인위적인 부분이라 재정 지원을 줄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재정 지원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도 예상돼 쉽게 결론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에 병원들도 정부 입장에 대해 “공감”하지만 사태 장기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제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병원들도 정부 입장에 공감한다. 그러나 병원들 역시 지금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사태가 두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에만 재정 지원을 부탁하는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서도 기채 승인이 가능하도록 상황이 악화됐을 때를 대비해 미리 방안을 모색하자는 차원”이라며 “정부에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경영난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뾰족한 답이 없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대화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병원계는 전공의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공의들의 요구를 폭 넓게 수용하는 등 정부가 명분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선 의료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의대생 유급 조치와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연장이 시급하다고 했다.

B병원장은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을 연장시켜 줘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이들이 처분돼 교육현장과 수련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그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병원장은 “병원장들이 전공의들과 적극 대화해 달라는 요청도 있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전달했다”며 “정부에서 전공의 요구를 폭 넓게 수용하고 처우개선에 신경써주지 않으면 전공의 복귀는 불가능할 거라는 점도 강력하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 교육 커리큘럼도 수정하고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강력한 지원책을 만들어 수련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등 명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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