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의평원에 개혁 요구... 의대 증원 갈등 '평가인증'으로 번져

의평원 이사회 구성·재정 투명성 논란... "중립성 확보" vs "자율성 침해"
정부 "공익대표 참여" 요구... 의료계 "평가 독립성 위협" 반발
안덕선 원장 "교육 질 저하" 우려에... 교육부 "근거 없는 예단" 반박

정부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의평원에 이사회 구성 변경과 재정 투명성 제고를 요청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4일 의대 교육 관련 긴급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2024년 7월 5일, 교육부는 의평원을 의학교육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재지정하면서 이사회에 환자 등 소비자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할 공익대표를 참여시킬 것을 권고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7월 4일 열린 의대 교육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의평원은 의사로 편중된 이사회 구성 다양화와 재정 투명성 등을 포함한 운영상의 적절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이미 요청한 사항을 신속히 이행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의평원 이사회는 22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당연직 이사가 의료계 인사로 채워져 있다. 이 중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임현택 회장, 강대식 상근부회장, 이우용 부회장 등 의협 집행부 인사들이 6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덕선 의평원장은 "정부가 권고할 당시 충분히 가능한 지적이라고 생각했고 적극 논의하겠다고 답했다"면서도 "다만 교육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이사회가 평가인증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안 원장은 이사회가 연 2회(2월, 7월) 열리며, 평가인증 결과가 1월 초에 발표되기 때문에 이사회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평원의 재정 독립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평가의 공정성·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협, 대한병원협회 등 예산 지원 기관으로부터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평가인증 회계를 일반 사업회계와 분명히 분리해서 투명하게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의평원 예산의 약 20%는 의협이, 약 5%는 병협이 지원하고 있으며, 약 50%는 평가 인증비로 충당되고 있다. 안 원장은 이에 대해 "의평원 자체가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라며, 예산 지원에 대한 공정성 문제 제기에 의문을 표했다.

정부의 요청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평원 관계자는 "의평원 재정은 투명하다"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볼 때는 의협의 입김이 세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의협 측 이사 수를 줄이라는 뜻 아니겠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정부는 안덕선 의평원장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오석환 차관은 "의평원장이 의학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근거 없이 예단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발표 이후 다수 인터뷰를 통해 증원에 따른 인력‧시설 확충에 대한 지원이 미비할 경우 의대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의대 교수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우려를 표명한 것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답했다.

안 원장은 또한 정부의 예산 지원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원을 2월에 발표했는데 지금도 예산 지원안이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석환 차관은 4일 브리핑에서 예산 마련 진행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더불어 안 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적정 교수 수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현재 전체 의대의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평균 1.6명으로 법정 기준인 1인당 8명보다 매우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30년 전에 만들어진 구닥다리 기준으로 2024년에 교수가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나. 황당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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