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례 제안에도 '빅5' 전공의 복귀 '10명 미만'... 의료 공백 장기화

수련병원들 15일 자정까지 복귀 여부 파악... 대다수 전공의 무응답
"95% 사직 의사 변함없어"... 9월 하반기 모집 차질 불가피
교수들 "무응답 일괄 사직 처리는 과도한 조치" 경고... 17일 결원 규모 윤곽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 마지노선을 2024년 7월 15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복귀한 전공의 수는 극소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정부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 수련병원들은 7월 15일 자정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파악하려 노력했으나, 응답률은 매우 저조했다. 특히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상황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총 2700여 명에 달하지만, 15일까지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 수는 병원별로 10명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당초 정오까지였던 회신 기한을 자정까지 연장하는 등 복귀를 독려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복귀 의사를 전해 온 전공의는 극소수"라며 "근무하는 전공의 수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 대학병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병원을 떠난 112명 중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전공의 3명만 사직서가 수리됐을 뿐 나머지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경영난이 알려진 충남대병원도 사직서를 제출한 소속 전공의 236명 중 이달 복귀자는 없었으며, 지난달 5명이 복귀하고 4명이 사직 의사를 재차 밝혔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한세원 교수는 "전공의 중 95%는 사직 의사에 변함이 없다"며 "정부는 냉정하게 병든 의료를 고쳐나가기 위한 진단과 치료가 적절했는지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7월 15일을 전공의 사직 처리 기한으로 정한 이유는 9월에 있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현재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각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복귀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9월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복귀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전공의들도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복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현재 대다수 수련병원은 15일까지 응답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6월 4일 이후 시점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해 "6월 4일 이후가 원칙"이라고 고수한 이상, 병원들은 법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어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수련 도중 사직 시 1년 내 동일 연차‧과목으로 복귀 불가하다'는 현행 규정에 따라, 7월 15일까지 미복귀한 전공의는 내년 3월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도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내년 초 전문의 시험뿐 아니라 내후년 전문의 시험에서도 응시자가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40개 의과대학 및 74개 수련병원 교수 대표들은 "무응답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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