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부족에 전문의 이탈까지...대학병원 마취 인력 '비상'"
지방병원 상황 더욱 심각..."일반 수술 마취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전문가들 "의대 정원 확대만으론 해결 어려워...종합적 대책 필요"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과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수술실 마취 인력난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의료대란 이후 당직 등의 업무 부담들이 가중이 되어서, 일부 병원에서는 마취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채 수술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데일리메디와 서울시병원회에서 손을 잡고 지난 25일 '의료대란과 수술실 마취'를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중증질환 마취를 중심으로 대형병원, 지역병원, 개원가 각각의 현황을 살펴보고 수술실 마취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중앙대병원 권정택 원장,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임병건 수련교육이사, 충북대병원 신영덕 수술실장,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강병찬 학술이사,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배홍철 사무관이 패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임병건 수련교육이사는 현재 대학병원 수술실 마취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특히 소아, 이식, 산과 등 중증수술 마취는 전문의들도 기피하는 분야라고 지적하며, 전공의 사직에 따른 업무 증가로 기존 전문인력들의 이직이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대학병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병원 신영덕 수술실장은 "지방에 비하면 서울은 천국이다. 지방은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일반수술 마취를 맡을 촉탁의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과도한 당직 문제를 지적하며, 전공의마저 없는 상황에서 당직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고, 의료진은 이미 번아웃 상태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대형병원을 떠난 마취 전문의들의 향방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강병찬 학술이사는 많은 마취 전문의들이 '프리랜서'를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개원 열기도 한풀 꺾였다.
더군다나 대학병원에서 마취 전문의를 하다가 나와서 통증 분야에 뛰어들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신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이 현재 트렌드이며, 이는 통증클리닉보다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대해서는 참석자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중앙대병원 권정택 원장은 "단편적인 의대 증원 2000명은 피부‧성형 의사를 2000명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이 저수가와 의료소송 부담이라고 지적하며, 수가가 일본 정도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에서는 마취 관련 수가 인상 노력을 언급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배홍철 사무관은 "정부가 지향하는 의료개혁 방향에도 수술료와 마취료 인상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증수술에 수반되는 마취에 대해서도 보상기전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임병건 수련교육이사는 "수가 개선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특히 소아마취의 경우 1000% 가산을 해줬지만 기존 수가 자체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증수술 마취 전문의 부족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신 중장기적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은 "국립대병원 교수 증원, 중증수술 마취에 대한 선별적 보상 외에 어떤 방안들이 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신영덕 수술실장은 "우선 전임의들이 대학병원 수술실에 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공언한 대로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전임의 확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병건 수련교육이사는 젊은 교수들의 이직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도전문의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회에서는 지도전문의 진료 비중을 60~80%로 하고 나머지 시간을 교육과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진료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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