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간 포기하지 않았다...눈길 교통사고, 11m 추락 위기 운전자 구조

대형 트레일러 사고로 교량 밖으로 추락 위기 처한 60대 운전자, 구급대원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구조
구급대원 박준현 소방교, 맨손으로 운전자를 45분간 붙잡아... 긴박했던 현장 구조 상황
"운전기사를 살리겠다는 생각뿐" 박 소방교의 헌신적인 구조로 인한 극적 생환

지난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중앙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교량 난간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11m 교량 난간에 걸쳐 있는 운전자의 손을 잡고 있는 박준현 소방교. 연합뉴스

이 사고로 60대 운전기사는 11m 높이의 교량 난간 밖으로 반쯤 빠져나간 상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지만, 한 구급대원이 45분간 맨손으로 그를 붙잡고 사투를 벌인 끝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는 오전 9시 29분쯤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풍산대교에서 발생했다. 눈이 쌓인 도로를 달리던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미끄러지며 난간과 충돌했고, 충돌의 충격으로 운전석 일부가 파손되면서 운전기사가 하반신이 난간 밖으로 빠져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고 신고를 접수한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들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원 박준현(34) 소방교는 트레일러 운전석 안에 이불이 쌓여 있어 처음에는 운전기사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불을 치워보니 운전기사는 겨우 상체만 운전석에 걸쳐 있던 위태로운 상태였다.

박 소방교는 "운전기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좁은 구조 공간에서 난간 아래로 손을 뻗어 운전기사의 손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박 소방교는 45분간 운전기사의 손을 놓지 않고 버텼다.

초기 15분이 흐른 후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운전기사의 추락 위험이 워낙 높아 교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 소방교는 여전히 운전기사의 손을 붙잡고 있었고, 대신 펌프차에 있던 밧줄로 운전기사의 팔을 감아 추가적인 지지대를 확보했다. 두 구조대원도 이 밧줄과 연결되어 운전기사를 지탱하기 위해 합세했다.

사고 당시 운전기사의 손은 충격으로 피범벅이었고, 영하의 날씨로 인해 손은 점점 더 얼어붙어 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레일러 일부가 교량 아래로 떨어지고 운전기사의 몸도 점점 교량 아래로 미끄러지며 긴박감이 높아졌다. 운전기사는 두려움에 몸부림쳤고, 박 소방교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걸며 안정시키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그 사이 구조대원들은 교량 아래 국도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굴절차를 준비했다. 이 준비가 마무리되자,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1분 만인 오전 10시 30분경, 운전기사는 굴절차 바스켓(탑승 공간)을 타고 무사히 구조되었다. 이후 운전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박준현 소방교는 지난 2016년 소방대원으로 입직해 만 8년차의 구급대원이다. 이번 구조 현장에서는 안동소방서와 예천소방서 도청119안전센터 등에 소속된 20여 명의 소방관들이 함께 구조 작업에 나섰다.

박 소방교는 "이 순간에는 나만 믿고 있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구조된 운전기사가 무사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구조에 참여한 모든 소방대원들의 헌신 덕분에 한 생명이 구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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