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들, 청동기시대 고인돌에 쇠못 박아 훼손 논란

한국국토정보공사 직원들, 측량 작업 중 고인돌 훼손
1호 고인돌, 지역 최고 수장급 무덤으로 역사적 가치 높아
창원시, 복원 작업 및 문화유산 표지판 설치 계획

한반도 남쪽 지역 청동기시대의 중요한 지배자 무덤인 대형 고인돌에 공공기관 직원들이 측량 작업을 진행하면서 쇠못을 박은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을 일으켰다.


▲ 국토정보공사 측 직원들은 지난 10월 21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1호 고인돌(지석묘)에 약 10㎝ 길이 못 형태의 '지적 도근점'을 박았다. 지적 도근점은 건물과 대지 등의 측량을 위한 기준 표식이다. 창원시 제공

해당 고인돌은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위치한 1호 고인돌로, 청동기시대의 유물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유적이다. 이에 대해 관계 기관들은 복원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의 직원들이 지난 10월 21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에 있는 1호 고인돌 상판에 길이 약 10㎝, 지름 1.5㎝ 크기의 쇠못을 박았다고 한다.


이 쇠못은 '지적 도근점'이라는 이름의 표식으로, 토지 측량을 위한 기준을 설정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이다. 보통 지적 도근점은 땅이나 벽, 바위 등에 박혀 위치를 표시하고, 플라스틱 표식이 추가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해당 고인돌 상판에서 발견된 쇠못에는 푸른 안료가 칠해져 있으며, 표식 주변에도 안료가 번져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고인돌 상판이 훼손된 증거로, 역사적 유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측은 이에 대해 "지적 재조사를 위한 작업 중 고인돌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측량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고인돌이 비지정문화유산으로 사유지 밭에 있었고, 그 주변에 문화유산에 대한 안내 정보도 부족했던 탓에 이를 큰 바위로 오해하고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고인돌 훼손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1호 고인돌은 봉산리 일대에 흩어져 있는 고인돌 무리 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유적 중 하나로, 그 규모와 위치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인돌의 상석은 길이 350㎝, 너비 285㎝, 두께 35∼75㎝로, 지역의 고대 지배자들이 사용한 독특한 무덤 양식을 보여준다.


특히 1호 고인돌은 봉산리 고인돌 무리 중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당시 지역의 최고 수장급 무덤으로 간주된다. 이 고인돌은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전 후반의 고대 창원 일대 지배자들의 묘지로, 당시 사회의 특성과 문화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1호 고인돌은 2007~2008년 국립김해박물관의 발굴조사 이후, 지방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 그로 인해 고인돌이 보호받지 못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봉산리 고인돌의 조사 책임을 맡았던 임학종 전 김해박물관장은 "창원 다호리 유적지와 근접한 이 고인돌은 한국을 대표하는 청동기 문화 유산으로, 후대의 철기 문화와의 연결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이 고인돌을 국가사적 급의 유적으로 지정하고, 제도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창원시는 고인돌 복원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이 고인돌이 청동기시대의 유적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고인돌 주변에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안내 정보를 추가하여, 유적지 관리의 중요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인돌은 단순히 지역의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더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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