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진단보조 제품 다수…디지털 치료 소프트웨어도 증가세
2020년 도입 이후 지정 건수 매년 증가, 기술기업 시장 진입 확대
“의료기기 산업,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 중”
혁신의료기기 지정제도가 시행 4년 만에 누적 100건을 돌파하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5월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총 100개의 제품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인공지능(AI)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로 나타났다.
혁신의료기기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의료기기 또는 치료법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됐거나 그 가능성이 큰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지정된 의료기기는 3년 동안 유효하며, 이후 재평가를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도입됐으며, 신의료기술 평가와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통합적으로 심사해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구조다.
지정된 제품 유형을 보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보조 소프트웨어가 다수를 차지하며 의료기기 산업이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의료 AI 전문기업인 뷰노는 안과, 심전도, 흉부 X-ray, 폐 CT 등 다양한 진단 영역에서 5건의 제품을 지정받아 가장 많은 혁신의료기기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닛은 흉부 X-ray와 유방암 영상 진단용 AI 소프트웨어로 3건을 지정받았고, 코어라인소프트는 폐 CT, 뇌혈관, 심혈관 질환 분석을 위한 영상 소프트웨어로 기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외에도 제이엘케이, 메디컬에이아이, 휴런, 뉴냅스, 딥노이드 등 다수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영상 분석과 생체 신호 해석, 인지 치료 분야에서 지정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진단에 머물렀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영역은 이제 치료로도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DTx)로 분류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들이 급증하면서 전체 100건 중 약 20건은 인지 기능 개선, 수면장애 완화, 중독 억제 등 치료 목적의 제품이다.
실제 실비아헬스는 인지기능 개선, 유비플러스는 수면장애 완화, 허니냅스는 중독 억제, 로완은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한 제품을 개발해 지정받았으며, 두브레인의 아동 인지 훈련 소프트웨어, 뉴냅스의 인지장애 대응 솔루션, 아이도트의 뇌영상 기반 치료기술 등도 비대면·비약물적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 건수는 제도 도입 첫해인 2020년 6건에 그쳤으나, 2023년에는 28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벌써 27건이 지정되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기술 기반 기업들의 의료기기 시장 진입 확대와 생태계 전환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중심이던 산업 구조가 AI와 디지털 기술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국내 기술기업들이 혁신의료기기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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