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허용 예외 확대에 의료계 "환자 안전 우려"
대면진료와 동일한 법적 책임에 형사 리스크 부담
의협 "안전장치 마련 위한 공청회 7월 개최 예정"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본격적인 입법 논의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에는 초진까지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비대면 진료 법안을 언급하며 환자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이번 법안이 충분한 안전성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에 한해 허용하되, 응급의료 취약지역 거주자, 소아와 노인 등 특정 환자군에 대해서는 초진도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또한 일정 기간 내에 동일 의료인에게 최소 1회 이상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나 휴일·야간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초진 예외 조항이 광범위하게 설정되면 비대면 진료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면진료와 동일한 법적 책임이 부과될 경우, 의료진의 형사소송 위험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개원의들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소아과 및 고령 환자 비율이 높은 내과계 의원을 중심으로 일차의료 체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해외에서도 비대면 초진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당수 국가들이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8세 미만 소아에 대해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는 조항은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법안이 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대변인은 "약국을 방문하는 것과 의원을 찾는 것 사이에 의료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비급여 약제나 탈모약, 여드름약 등 긴급성이 낮고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약물이 비대면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현실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정치적 접근이 아닌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료적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현재 국회 논의를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7월 의료정책연구원 주관으로 관련 포럼을 개최해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발의된 만큼 정부와 여당이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법안 통과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의료정책연구원 주최 공청회를 통해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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