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란셋, 원격 상담 무작위 대조 임상 결과 발표
환자 만족도·의료 질 모두 대면 진료와 통계적 차이 없어
시간 절약·비용 감소 등 환자 편의성 측면 이점도 확인
원격으로 진행하는 환자 상담이 의료 질과 환자 만족도 면에서 대면 진료와 동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진료를 둘러싼 지속적인 논쟁 속에서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학술지 란셋은 16일(현지시간) 원격 상담과 대면 상담의 의료 질 및 만족도를 비교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암스테르담 의과대학 마를리스 쉬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수행했으며, 논문에는 디지털 건강 분야에 게재되었다(10.1016/j.landig.2025.02.007).
과거 원격 진료는 주로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나 오지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팬데믹 당시 대면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원격 진료가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이후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왔다.
일각에서는 원격 진료가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며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대면 진료의 대체 수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논란에 근거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총 120명의 환자를 모집해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60명)은 원격 상담을, 다른 그룹(60명)은 대면 상담을 받았다. 상담 내용은 주로 외과 수술에 대한 설명, 수술 후 부작용, 예후 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진료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설정된 1차 평가 지표는 평균 정보 회상 점수였다. 이 점수는 환자가 상담 중 전달받은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두 그룹 모두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원격 상담 그룹은 11점 만점에 7.30점을 기록했고, 대면 상담 그룹은 7.25점으로 측정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환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원격 상담을 받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5.4점이었고, 대면 상담 그룹은 85.2점을 기록해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연령, 성별, 질환 유형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원격 상담의 비열등성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원격 상담은 환자들에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이점을 제공했다. 한 번의 상담당 평균 2시간이 절약됐고, 이동이나 주차 비용이 들지 않았으며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를리스 쉬븐 교수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원격 진료와 상담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남아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그러한 걱정이 불필요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원격 상담은 보호자 없이도 가능하며 이동 및 주차 비용을 줄여 환자 편의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99% 감소시키는 사회적 이익도 제공한다"며 "이번 연구가 미래 의료 서비스 발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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