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사퇴 후 전공의 복귀 논의 재점화… 정부와의 접점은 '여전히 난망'

전공의 내부 반발 속 새 지도부 구성 착수
정부 기조와 전공의 요구 엇갈려 협상 전망 불투명
일부 전공의·의대생, 국회 접촉 통해 해법 모색 나서

전공의 사회의 중심에 있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단체 내부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 교체가 곧바로 사태 해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귀 논의가 시작됐지만, 정부와의 입장 차가 여전히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게티이미지

박 위원장은 1년 반 이상 전공의를 대표하며 의료현장의 갈등을 이끌었지만, 의사단체와의 연대 기피, 정부와의 갈등적 소통 방식 등으로 내부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전공의들은 그를 ‘고립된 대표자’로 지적하며, 명확한 성과 없이 혼란만 키웠다고 주장해왔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의료원 등 주요 병원의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박 위원장의 회의 불참과 소통 부재, 외부 신뢰도 추락 등을 문제 삼으며 지도부 교체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이 SNS를 통해 정부와의 설전을 벌이는 등 대화 주체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사퇴 발표 직후 전공의 대표자들은 오는 26일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8일에는 오프라인 총회를 통해 해당 안건을 추인할 예정이다.

전공의 단체는 빠른 시간 안에 체제를 재정비하고 실질적인 협상 채널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금이야말로 의료현장을 정상화할 시점"이라며 복귀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새 지도부가 복귀 여건을 마련하더라도, 전공의들이 제시한 선결 조건들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충돌하고 있어 본격적인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 요구사항에는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안의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참여 비율 확대 ▲수련환경 개선 및 연속성 보장 등이 포함돼 있다.

전공의 단체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이 응급실 대기 증가, 수술 지연, 의료격차 심화 등 현실적 문제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전문가와의 협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사직 전공의에 대한 특례나 수련 유연화 등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 초기부터 원칙 중심의 대응을 강조해온 정부는, 이후에도 수련 특례나 복귀 조건 등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2027년 이후에도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복지부 역시 수련 연속성 보장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당 핵심 인사들 또한 기존 방침 유지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공의 단체가 복귀를 조건부로 설정할 경우, 협상 자체가 다시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양측이 대화의 최소한 조건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조건 중심의 접근은 오히려 실질적 협상의 기회를 좁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독자적으로 국회를 접촉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사직 전공의 2명과 의대생 1명이 국회를 방문해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과 김영호 교육위원장을 만나 2시간 이상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현장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고, 감정 대립을 넘어 실질적인 해법 중심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과거 법령 및 행정사례를 참고해 마련한 대안을 제출했으며, 국회 측은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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