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이제 ‘이름값’ 해야 한다… 중증진료 중심 구조 개편 가속

기능 구분 모호했던 기존 체계…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필요성 제기
지정 이후에도 성과 따라 보상 차등화… 병상 배정도 지역 맞춤 재조정
전문진료 70%까지 확대 추진… 공공 기여도 반영한 평가체계로 전환

상급종합병원이 단순한 간판이 아닌, 실질적인 고난도 진료 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한 제도 개편이 본격화된다. 평가 항목 강화 수준에 머물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지정 이후까지 병원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따지는 ‘성과기반 관리’로의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은 현재 운영 중인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도의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지정은 받았지만, 실제 기능이나 역할 면에서 일부 종합병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현실은 제도의 정당성을 흔들어왔다. 이번 개편안은 바로 그 지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핵심은 기능 중심 재편이다. 단순 진료보다 전문성과 난이도를 요구하는 질환군을 중심으로 병원 체계를 전환하고, 이를 수치로 명확히 보여주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입원전담전문의 배치나 중환자실 확보율, 경증환자 회송률 등 지표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인 기능 차별화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지난 지정 병원들의 데이터를 보면, 전문진료 질병군 비중이 지정 이후 평균 5%포인트 증가했고, 단순질환은 7.6% 줄었다. 겉보기엔 성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유도된 결과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설명력이 뒤따랐다. 더 정교한 평가 시스템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역 간 형평성도 이번 개편의 주요 축이다. 전국을 14개 진료권으로 구분하고, 중증진료 수요에 맞춘 병상 배정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졌다. 병상 수당 진료비, 의사당 입원 건수, 환자의 지역 정착률 등 정량 지표를 기반으로 의료자원 재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성과 연계 보상’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실제 운영성과에 따라 보상 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지정 자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구조다. 평가 결과는 지불제도와도 연결돼,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전문진료 질병군 비중을 현재의 34%에서 최대 70%까지 끌어올리고, 중소병원과의 진료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아울러 희귀·응급질환 대응, 간호교육 참여 등 공공의료 기여도는 가점 요소로 반영한다. 반대로 코로나19 중증 대응 기여 부족이나 병상 신증설 절차 위반 등은 감점 요인으로 삼는다.

이제 상급종합병원은 명찰만 걸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구조는 물론, 성과와 책임까지 평가받는 환경으로 전환되는 만큼, 실제 기능에 걸맞은 역량 강화가 병원계의 생존 조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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