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전 구조 변경된 안정실 운영… 고의성 인정돼 가중처분
정기검사 지적에도 운영 지속… 원안위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
방사선 안전사고 잇따라… 의료기관의 관리체계 허점 드러나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는 시설을 사전 허가 없이 무단으로 가동한 의료기관에 대해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사안의 중대성과 고의성이 인정되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존 기준보다 강화된 처분을 결정했다.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특정 의료기관이 방사성동위원소 사용시설의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시설을 운영한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심의하고, 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의료기관에 내려진 과징금 가운데 최대 규모다.
문제의 의료기관은 핵의학과 내 안정실 구조를 변경하면서도, 변경 허가가 완료되기 전부터 해당 공간을 환자 대기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정실은 방사성의약품을 투여받은 환자가 일정 시간 머무는 공간으로,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차폐시설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구조 변경 시에는 원자력안전법상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기관은 2024년 5월 변경허가를 신청했으나, 같은 해 7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약 40일간 허가 없이 새로 공사한 안정실을 운영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같은 기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정기검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의료기관이 별다른 조치 없이 안정실 운영을 지속했다는 점이다.
원안위는 이 상황을 고의적 위반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기본 기준액인 6000만원에 1.5배를 적용해 총 9000만원의 처분을 결정했다. 이는 변경허가 전 시설 사용 위반 중에서도 중대한 사례로 평가됐으며, 안전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 가중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안위는 해당 기관의 업무를 정지시킬 경우 일반 환자 진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행정처분 수위를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 특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방사선안전관리체계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에도 의료기관의 부주의나 규정 미준수로 인해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있었지만, 허가를 명백히 위반한 데다 고의성이 인정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실제로 2018년에는 안전관리자 없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 사례가 적발돼 4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작년 12월에는 국립암센터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로 인해 7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했다. 해당 사고는 방사선사가 선형가속기실을 개인 쉼터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며, 안전의식 결여와 기관의 관리 소홀 문제가 함께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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