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70만명 → 본사업 18만명… 52만명 감소
"지원금 절차 복잡·전산 불편" 개원의 불만 커져
서울시내과의사회 "일차의료 붕괴, 정부 정책 재검토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이며 현장에서 참여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시범사업과 비교해 본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등록 환자 수가 약 52만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환자 본인부담금 증가와 행정 절차의 비효율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곽경근 서울시내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현황을 설명하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 회장은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시범사업 당시 70만명이 넘는 환자가 등록됐지만, 본사업 시작 이후 18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가장 큰 원인은 본인부담금 증가"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당초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을 통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러나 시범사업 당시 0.3%였던 본인부담률이 본사업에선 18%까지 높아졌고, 지원금을 받기 위한 신청 절차도 까다로워 환자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곽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처럼 복잡한 절차는 실효성이 없다"며 복지부에 간소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장의 동네의원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복잡한 전산 입력 방식과 번거로운 행정 절차가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곽 회장은 "보다 직관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전산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6월 시행되는 '지역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앞두고, 재택의료 즉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하상철 서울시내과의사회 부회장은 방문진료 확대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배분의 비효율, 간호조무사 동반 시 수가 미적용, 그리고 전반적으로 낮은 진료수가가 주된 문제"라고 밝혔다.
하 부회장은 지역의사회가 직접 방문진료센터를 운영하고 환자를 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정부 재정 지원이 필수"라며 "이미 전주시의사회는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방문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문진료 시 간호사와 동반이 일반적이지만, 간호조무사의 경우 별도의 수가가 책정되지 않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하 부회장은 "현실적으로 간호조무사와 함께 진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가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춘계학술대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재명 정부에게 전공의·의대생 문제 해결을 포함한 의료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결의문에서는 전 정권의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의료대란을 초래했으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사 부족의 해결책이 아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 기피 현상, 질 낮은 의대 교육 문제를 들어, "대한민국 의료를 후퇴시킨 정책들을 다시 살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차의료 붕괴 위험성을 경고하며,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정책이 동네의원을 희생시켰다. 의료개혁은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무분별한 확대, 성분명 처방과 같은 정책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소신진료를 위축시키는 사법적 판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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