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허위 작성 의사 면허정지 취소… 법원 "면허정지 부당해"

과거 부정청구 이력 있지만 농어촌 유일 의료기관 특수성 인정
외국인근로자 선의 진료에 형사처벌까지 받아 "추가 징계는 과도"
재판부 "기계적 징계는 지역 의료공백 초래할 수 있어"

농어촌 지역에서 유일하게 의료기관을 운영하던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이 이를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반 시점이 오래전이라는 점과 의료취약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면허정지 15일은 과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0년 당시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요양급여비용 약 1800만 원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적발됐으나, 당시 그의 의원이 해당 농어촌 지역에서 유일한 의료기관이라는 점이 고려돼 자격정지 없이 경고로 종결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2018년 11월,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외국인근로자 B씨가 통증을 호소하며 내국인 동료 C씨와 함께 A씨의 의원을 방문한 사건에서, A씨는 B씨가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C씨의 이름으로 진료기록을 작성하고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이 사실은 2019년 1월 당시 의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의 신고로 밝혀졌고, A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7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후 복지부는 이를 ‘2차 위반’으로 판단해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C씨 역시 아파서 함께 내원했고 실제로 진료했으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무료로 도와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행정처분 기준상 2차 위반은 ‘직전 처분일로부터 1년 이내’ 재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의 경우 전 건이 2011년 10월에 경고로 종결된 사건으로부터 7년 이상 경과한 상태였으므로 이번 건은 ‘1차 위반’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외국인근로자 B씨에 대한 진료가 법적 절차를 위반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선의에서 비롯된 단발적 위반이며 건보 재정 손실도 9220원으로 매우 경미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A씨가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상황에서 자격정지까지 중복해 부과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무엇보다도 A씨의 의료기관이 지역 주민들이 이용 가능한 유일한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격정지 처분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료접근권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장의 특수성과 현실을 무시한 기계적 징계는 의료공백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의료 취약지에서 벌어지는 규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조명하며, 징계의 형평성과 지역 보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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