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앞두고 ‘수련관리기구’ 신설 논의 급부상

병원협회·의학회 주도권 경쟁 재점화
미국 ACGME 모델 본뜬 한국형 기구 설립안 유력
전공의·학회 “수련환경 질 개선 위한 독립체 필요”

전공의 복귀와 함께 수련제도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독립적인 수련관리기구 신설 여부가 의료계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수련환경평가가 병원 인프라 등 외형적 요소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이어져 온 만큼, 수련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독립 기구 설립 필요성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현재 전공의 수련환경평가 업무는 보건복지부가 대한병원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병원 지정, 전공의 정원 책정, 수련규칙 이행 여부 점검, 지도전문의 관리 등 폭넓은 권한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수련병원을 회원으로 둔 협회가 평가를 주도하는 구조상 병원 경영자 중심 운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전공의와 대한의학회는 오래전부터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선 독립적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2017년 전공의특별법 시행 당시에도 병원협회로부터 평가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으나, 복지부가 기존 위탁 체제를 유지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바 있다.

최근 의정 갈등을 계기로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미국의 ACGME(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모델을 적용한 한국형 수련관리기구(K-ACGME) 설립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ACGME는 표준화된 수련 기준 마련, 수련기관 평가·인증, 현장점검·설문조사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질 높은 수련환경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환경 개선을, 대한의학회가 프로그램 구성 역할을 맡고 있어 기능이 분산돼 있다. 이에 전공의 수련 전반을 통합 관리·감독하는 전담기구 설립 필요성에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수련관리기구 신설 시, 병원협회가 십수 년간 이어온 핵심 업무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협회는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 대응단’을 꾸려 수련환경평가 주도권 유지에 나섰다.
실무 위탁 사업의 타 기관 이관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신설 기구와 협업 방안 모색, 대한의학회와 역할 분담 등 다각적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다.

대한의학회는 이미 정부에 ‘전공의 수련 교육원’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복지부가 기관 지정과 정원 승인, 각 학회가 프로그램 구성, 병원이 실무를 맡는 현 체계에서 이를 총괄 감독할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회장은 “병원 역량과 책임에만 의존해 온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전공의가 단순 노동력으로 취급되는 악순환과 병원·전공과별 수련 격차 문제를 지적했다.

이 사안은 전공의 복귀 이후 수련환경 질 관리 체계의 근본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K-ACGME 설립이 현실화될 경우 의료계 전반의 권한 재편과 이해관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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