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중 일회성 착오…법원 “행정처분 대상 아냐”
고의와 과실 구분 강조…헌법상 비례원칙 재확인
과실 시에도 다른 제재 가능…규제 공백 없다고 판시
서울행정법원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고에 대해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상 해당 규정은 고의적 재사용에만 적용되며, 단순 과실은 제재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의료인의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과 관련한 행정처분 범위가 보다 명확해졌다.
서울 소재 B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2021년 6월, 백신 접종 중 앞 환자에게 사용한 빈 주사기를 새 주사기로 착각해 다음 환자 팔에 찌르는 실수를 했다.
약액 주입은 없었으나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9월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6개월 면허정지를 예고했다.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되고 A씨가 과실을 인정하자,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는 3개월로 감경을 권고했고 2024년 7월 최종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해당 사건이 단순한 착오로 인한 과실이며 이미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제재는 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4조 제6항과 제66조 제1항 제2호의2를 근거로,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재사용 사실 자체가 면허정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면허정지와 같은 제재는 본질적으로 ‘징벌’ 성격을 가지므로, 중대한 의무 위반이나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규정이 2015년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을 계기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보다 강화된 처벌 근거로 도입된 점을 들어, 적용 대상을 고의적 재사용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과실범까지 포함한다면 법체계의 논리와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헌법상 비례원칙을 근거로, 경미한 과실에 과도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행위의 중대성과 처분 강도가 균형을 잃는 결과라고 밝혔다.
과실 재사용의 경우에도 의료법 제36조 제8호와 제63조 제1항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업무정지 처분이 가능해 규제의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팬데믹 상황에서 과로로 인한 주의력 저하 속에서 벌어진 1회성 실수였으며, 고의성이 없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법리 해석을 잘못한 위법한 결정이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의료법상 면허정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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