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시술 후 폐출혈 사망, '5억 원' 손배소…법원 “과실이라 보기 어려워”

팔로4징후·디죠지증후군 등 기왕증 다수…출혈 위험 본질적으로 높아
개심술 접근 어려운 혈관 구조…심도자술 선택, 의료상 판단 존중
1·2심 모두 원고 패소…“시술 직후 손상 징후 없어”

팔로4징후와 디죠지증후군을 앓아온 환자가 심도자술 및 심혈관조영술 시행 후 폐출혈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전고등법원(재판장 신동헌)은 유가족이 제기한 5억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하며, 시술 선택과 진행 과정 모두에서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환자 A씨는 1986년 11월 25일경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인 팔로4징후로 인해 고식적 체폐단락술을 받았다.


이후 1989년 5월 3일에는 우심실 유출로 확장술을, 같은 해 5월 9일에는 심실중격결손 폐쇄술을 차례로 받았다. 이와 함께 2002년 3월 8일에는 같은 병원에서 면역학적 결함과 관련이 있는 디죠지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후 상태는 점진적으로 악화됐다. 2007년 5월 29일, 폐동맥 역류와 우·좌심실 확장 소견이 나타나 개흉적 폐동맥 판막 교체술과 우심실 유출로 재건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에도 A씨는 외래 진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경과를 관찰했다.

2018년 11월 9일, 부천에 위치한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가 집도의로 참여한 심도자술 및 심혈관조영술이 시행됐다. 검사 결과 수많은 동맥 곁가지 혈관과 심한 상행 대동맥 확장, 좌심실 팽창, 폐 고혈압, 좌폐동맥 부위 고혈압성 변화 등이 확인됐다. 이후 2019년 5월 3일에도 동일한 검사와 시술이 진행됐다.

2020년 2월 6일에는 흉부 CT혈관조영검사에서 같은 이상이 반복 확인됐지만, 당시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시술 시기가 지연됐다. 그러던 중 5월 11일 외래 진료에서 A씨는 숨참과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심장 MRI 결과 심한 좌심실 확장과 경도의 좌심실 기능 부전이 나타나 수술이 결정됐다.

2020년 6월 12일, 의료진은 우측 상부 폐동맥에 풍선혈관성형술을 실시하고, 이어 좌측 폐동맥 조영술과 하행 대동맥 곁가지 혈관 색전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술 중 인공호흡기 기관 내 튜브에서 출혈이 관찰됐다.


출혈 부위를 찾지 못한 의료진은 산소포화도 저하와 호흡부전이 심화되자 시술을 중단하고 VV(정맥-정맥) 방식 ECMO를 가동했다. 이후 상태 불안정으로 VA(정맥-동맥) 방식으로 전환했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3~4일간 폐출혈과 부정맥이 반복되다 점차 안정세를 보였다. 2020년 6월 말 ECMO를 제거하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8월 21일 갑작스러운 고열과 토혈 증상이 발생했다. 응급 내시경에서도 출혈점은 확인되지 않았고, 에피네프린 투여에도 출혈이 악화돼 결국 사망했다.

유가족은 “환자는 혈관 협착과 뒤틀림이 심해 지혈이 어렵고, 폐출혈 위험이 높았음에도 개심술 대신 심도자술을 선택한 것은 잘못”이라며 “시술 과정에서 과도한 기구 조작으로 폐혈관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원 감정과 의료 기록을 근거로, 해당 혈관들이 개심술로 접근이 어려운 위치에 있어 오히려 위험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술 직후 조영술에서 혈관 손상이나 조영제 누출 소견이 없어 직접적인 시술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A씨의 기저질환이 출혈 가능성을 본질적으로 높였다고 지적했다. 디죠지증후군과 팔로4징후는 혈소판 기능 이상과 폐 고혈압을 동반하며, 혈관 확장 등 구조적 문제로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시술 선택과 과정이 의학적으로 합리적이었고, 사망 원인이 기저질환과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로써 1심과 2심 모두 의료진의 과실은 없다는 결론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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