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주4일제 시범사업 확산…“인력·재정 지원이 성공 관건”

세브란스·국립중앙의료원 등 시범사업…퇴사율·병가 감소 효과
임금 삭감 없는 모델·유연한 도입 방식 논의 필요
정부 “인력 쏠림·재정 부담 고려해 제도 설계”

이재명 정부가 단계적 주4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기관 현장에서는 다양한 시범 모델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세브란스병원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인력 확충과 재정 지원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이 주관해 1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2023년부터 신촌 3개 병동에서 시작해 현재 신촌·강남 5개 병동에서 진행 중인 간호사 대상 주4일제 시범사업의 평가 결과가 공유됐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이 발표한 설문 분석에 따르면, 참여 병동의 3년 미만 간호사 퇴사율은 시행 전보다 12.5%p 감소했으며, 미참여 병동은 같은 기간 4%p 줄어드는 데 그쳤다. 병가 사용 일수도 참여 병동은 평균 3.05일에서 2.2일로 줄었으나, 미참여 병동은 2.8일에서 3.5일로 증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신촌·강남·용인 병원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상근부서 격주 4.5일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지난 6월부터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보건의료노조 소속 71개 의료기관은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도입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하고 유연한 노동시간 단축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며 “‘100% 임금–80% 근무시간–100% 생산성’ 모델 등 다른 유형과의 비교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편적·선택적 도입 여부, 근무시간 단축 후 복귀 가능성 등 자율성 요소도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시범사업 참여자의 임금은 비참여자 대비 약 10% 삭감된 상태다. 이에 병원들은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추가 채용과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시범사업 시행 시 인건비 부담이 컸다”며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고, 권영식 연세의료원 인사국장은 “3년간 약 12억 원의 인건비가 투입됐다”며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당부했다.

공공의료기관 노조는 총액인건비제와 총정원제 등 인력 운용 제약도 문제로 꼽았다. 서울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은 제도적 한계 때문에 인력 확충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주4일제 도입에 따른 인력 쏠림과 재정 부담 가능성을 지적했다. 박혜린 간호정책과장은 “365일 운영되는 의료서비스 특성상 근로시간을 줄이면 인력 보충이 필수이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려면 대규모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병원에서 주4일제가 활성화되면 중소·지방병원 인력난이 심화될 수 있다”며 간호사 외 다른 보건의료 직종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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