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의료기관 폐업 증가세…2023년만 4097곳 문 닫아
경남·인천·서울 등 전국서 잇단 사례…경영난·인력난 복합 작용
전문가 “단순한 경영 문제가 아닌 지역 건강권 위협” 지적
최근 전국 각지에서 병원 폐업이 이어지면서 지역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응급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의료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료기관 폐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4097개 의료기관이 문을 닫아 전년 대비 6.7% 증가했으며, 같은 해 신규 개설 의료기관은 5463곳으로 전년 5756곳보다 소폭 줄었다.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이 두드러졌다. 2023년 기준 종합병원 8곳, 병원 96곳, 요양병원 106곳, 정신병원 14곳이 문을 닫았다.
실제 사례를 보면, 경남 하동지역의 유일한 민간 종합병원인 하동한국병원은 개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지난 7월 23일 폐업을 신고했다. 2024년 9월 30병상 규모로 문을 연 뒤 같은 해 10월 100병상 증설 허가를 받았으나, 의료인력 확보 실패와 낮은 병상 가동률로 경영난에 직면했고, 결국 2025년 5월부터 휴업에 들어가 폐업 절차를 밟았다.
인천 청라좋은병원도 2025년 5월 20일부터 진료를 중단하고 폐업에 들어갔으며, 경영 악화와 급여 체불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성남 곽여성병원은 44년간 운영되다 2024년 5월 30일 문을 닫았고, 서울 강북 최초 여성병원인 루시나산부인과도 전문의 구인난과 경영난으로 2025년 6월 20일 폐업했다.
앞서 양산 웅상중앙병원은 2024년 3월 경영난으로 폐업했는데, 당시 지역 유일의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이었으며 현재 ‘웅상중앙백병원(가칭)’으로 2025년 11월 재개원을 준비 중이다. 김해중앙병원은 2023년 10월 부도로 운영을 중단했다가 2025년 4월 김해복음병원에 최종 낙찰됐다. 인천 영종국제병원은 폐업을 검토했지만 임직원과 주민들의 요구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폐업률 증가의 원인으로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난, 응급실 전담인력 확보의 어려움, 인건비 부담, 그리고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 중소병원은 의료진 확보 난관과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증가로 생존 기반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이 문을 닫을 경우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워지고, 진료기록 관리 부실, 지역 고용 위축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도 우려된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폐업은 단순히 경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필수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인력 수급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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