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수면마취제 투약·판매한 의료조직, 전원 유죄…“환자 보호 저버린 조직범죄”

의료인 포함 7명 실형 선고…프로포폴·에토미데이트 대량 투약 판결
‘회장·총괄·담당’ 역할 분담된 조직적 범죄…병원 시스템 악용 드러나
재판부 “의료인도 공범이면 처벌 대상…정당한 진료 위장에 불과” 판단

수면마취제를 불법으로 투약하고 판매한 조직이 법원으로부터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조직은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한 범죄 구조를 통해 마취제를 대량으로 유통했으며, 병원 시스템을 악용해 진료를 가장한 불법 행위를 지속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B, C, D, E, F, G 등 7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23년 8월부터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를 상습 투약 및 판매해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법원은 각자 역할과 가담 정도를 감안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하고 일부에 대해 추징과 몰수를 명령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범행은 A와 O가 수면마취제 유통을 공모하면서 시작됐다. A는 간호조무사 관리 및 고객 유치, O는 장소 확보를 맡았으며, 경영난에 처한 병원장 F에게 공간을 제공받고 병원 명의를 활용해 의약품을 조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간호조무사 B와 D, 병원 운영 및 자금 관리를 맡은 C, 병원 명의 대여에 관여한 의사 G, 처방과 명의 제공을 수락한 E 등이 차례로 가담하면서 조직적 형태가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환자 532명에게 총 8만1900ml의 프로포폴이 투약됐고, 에토미데이트 역시 적지 않은 양이 사용됐다. 에토미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를 노린 악용 수단으로 자주 활용돼 왔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범행 가담 사실을 부인하거나, 합법적 시술로 인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E는 자신이 의료인이므로 무면허의료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항변했고, 단순 투약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시술 목적을 가장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대가를 받고 수면마취제를 판매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의료인이 비의료인의 위법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도 형사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며 E의 주장을 기각했다.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단순한 투약 행위가 아닌 금전적 대가를 수반한 ‘판매’로 판단했다.

범행 수익은 O가 총괄적으로 관리하며 피고인들에게 월급처럼 분배한 구조로 파악됐다. 프로포폴에 대해서는 판매대금 전액을 추징 대상으로 했고, 에토미데이트는 실익 기준으로 추징액을 산정했다. 범죄 수익은 환자 건강을 담보로 한 불법 거래였던 만큼, 강한 법적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F는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병원 내부 구조와 ‘회장’이라는 호칭, 과도한 약물 처방, 내부 고발자 해고 사례 등 다양한 증거를 통해 깊이 개입된 사실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실제 병원 시술은 투약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인은 환자 보호 의무가 있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병원 시스템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특히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의료계에서 발생한 중대한 일탈로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실질적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 O는 아직까지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전과 유무, 범행 기간, 반성 여부, 실제 수익 수준 등을 종합 고려해 형량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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