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후폭풍…의대 교수 주 74시간 근무, 3명 중 1명 번아웃

임상·행정 쏠림 심해 교육·연구 전념 어려워
업적 평가는 연구 편중, 교육 기여는 저평가
연구진 “역할별 맞춤형 평가·보상 체계 시급”

의정 갈등 이후 국내 의과대학 교수들이 장시간 업무에 시달리며 심각한 피로 누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이 74시간을 넘고, 번아웃을 호소하는 비율도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의 변화하는 역할과 직무 수행 현황 및 업적 평가 기준 분석’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교수 1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교수들의 과중한 업무 현실이 확인됐다.

연구 책임자인 인제의대 이종태 교수는 “임상과 행정 업무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교육과 연구에 충분히 집중하기 어렵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실제로 행정 업무와 환자 진료가 교수들의 상당 시간을 차지하면서, 정작 학생 교육과 연구 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세 명 중 한 명꼴로 탈진 상태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교육 활동은 현행 교수 업적 평가 체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 기준은 연구 실적에 편중돼 있고, 교육과 진료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어 교수들 사이에서는 “교육 기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의학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교육 활동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평가 지표를 새롭게 구축하고, 수업 준비나 참여 등 간접적인 기여 시간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육 기여도를 기반으로 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교수들의 동기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기초의학 교수, 임상의학 중심 교수, 의학교육 전문가 등 역할별 트랙을 제도화해 맞춤형 평가·보상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희망하는 이상적인 업무 배분 역시 연구 29%, 교육 22%로 조사돼, 불필요한 행정과 평가 업무를 줄이고 핵심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서 대학 현장의 교육·연구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며,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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