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코로나 감염병등급 하향 논의 착수...찬반 의견 대립

- 개정된 입원 지침들과 실제 치명률을 고려해보면 이미 코로나는 1급 감염병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
- 등급 조정 자체는 합리적이라 볼 수 있는 행정 조치이지만, 중증화·치명률이 여전히 높다는 본질적 인식까지 변해선 안돼

지난 2년여간 최고 단계를 유지해 온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이른 시일 내 하향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언젠가는 내려야 할 불가피한 결정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논의 시점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당국은 현재 1급으로 지정된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늦어도 다음주를 정점으로 차츰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코로나 대응체계 수준을 일상적 관리 정도로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 1급 법정 감염병의 특징은?
이 같은 결정은 1급 법정 감염병에 수반되는 고도의 역학조사·격리치료가 고위험군 보호에 주력하는 새 방역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1급 감염병은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즉시 신고해야 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다. 현재 코로나가 '신종감염병증후군'이라는 명칭으로 등재되어 있다. 2·3급은 24시간 이내에 신고하면 되고, 4급은 전수감시 대상도 아니어서 전국 단위 환자 집계도 없다. 2급은 격리할 수 있지만 1급처럼 음압격리를 의무화하진 않는다.


◆ 낮은 치명률의 오미크론
방역당국에서도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60세 이하 접종완료군에서 사실상 0%에 수렴한다고 밝히며, 코로나의 치명률이 극히 낮아졌음을 공고히 해왔다. 지난 15일에는 코로나 증상이 무증상·경증·중등증 수준인 기저질환자의 입원치료도 음압병실이 아닌 일반병상에서 할 것을 원칙으로 새로 제시했다. 중증환자에 대해서도 확진일로부터 7일 이후 산소치료를 요하는 등 위중한 상태가 아니라면 격리병상에서 일반병상으로 전원 또는 전실하도록 하는 지침이 시행 중이다.

개정된 입원 지침들과 실제 치명률을 고려해보면 이미 코로나는 1급 감염병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대립
전문가들은 이 같은 등급 조정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라는 이유로) 기저질환 진료가 원활하지 않고, 역학조사도 더 이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루 수십만명씩 확진되는데 어떻게 1급 감염병으로 대응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왜 기록적인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 이런 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며 “불이 잡히지도 않았는데 경보 단계를 내리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등급 조정 자체는 합리적이라 볼 수 있는 행정 조치”라면서도 “중증화·치명률이 여전히 높다는 본질적 인식까지 변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조정 논의가 섣부르다는 입장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현재로선 유행을 최대한 피해 없이 잘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등급이 하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각종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치료비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금껏 격리기간의 코로나19 치료비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 등으로 전액 보장했는데 향후 등급 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이고, 관련 정책·지원이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결핵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됨에도 치료비를 폭넓게 지원한다. 다만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행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유료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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