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비만 60만 원 ‘왕의 DNA 치료법’ 성행, 의료법에 문제 없을까

- 비의료인이 개발한 비과학적 ‘3급 지적·언어·지체 장애 아동’ 치료법 성행 논란
- 약물치료 없이 반년이면 치료 가능하다 홍보... 특허 출원까지
- 복지부 “침습 아니더라도 환자 상태 진단·처치 행위는 의료행위... 구체적 판단 필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경증 발달장애 등을 약물 없이 생활 교정을 통해서만 치료할 수 있다는 ‘왕의 DNA’ 치료법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사기는 물론 비의료인이 개발하고 시행하는 탓에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 출처 : 해당 업체 SNS

온라인을 중심으로 ‘왕의 DNA 치료법’이라고 불리는 ‘3급 지적·언어·지체장에 유소년 치료법’은 ‘A브레인파워연구소’를 운영하는 김모 소장이 시행하는 치료법이다. 김 소장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ADHD·발달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뇌기능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뇌보강 수업치료를 진행한다. 검사비용만 60만 원에 이르며 검사 요일과 검사 인원에 따라 검사비용을 할인해주기도 하지만 수업료는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김 소장은 해당 치료법이 약물 치료 없이도 지적·지체·언어 등 3대 정신과적 장애를 6~8개월 이내로 치료할 수 있다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를 특허 출원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기질을 좌뇌형, 우뇌형, 균형형으로 구분하며 ADHD·발달장애 아동들을 우뇌가 극단적으로 발달한 ‘극우뇌’로 분류한다. 이런 극우뇌 아동들을 치료하는 방법의 핵심은 아이들을 ‘왕’으로 대하는 것에 있다. 해당 치료법에 따르면 아이가 왕처럼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도록 하고 아이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를 거절하지 않고 재미있게 응대해야 한다. 또, 반복적인 글쓰기를 시키지 말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칭찬함과 동시에 공주·왕자로 호칭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사과하지 않도록 교육한다.

이미 여러 권의 두뇌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던 김 소장은 책들의 저자 소개란에 자신을 ‘뇌과학자’라고 적었다. 또 스스로를 ‘젊은 시절에 세상의 모든 원리를 다 깨닫겠다는 듯 여러 분야를 섭렵하더니 지금은 뇌 연구를 통해 창조주의 깊은 뜻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사실 뇌과학 관련 김 소장의 학력·경력은 대학 재학시절 생명공학을 전공한 것이 전부다. 석·박사 등 공식적인 연구 경험·학위는 전무하며 사회에 나와서는 경력의 대부분을 광고업계에서 보냈다. 때문에 당연히 의사 등 의료법상 의료인도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김 소장을 찾고 있다. 업체 카페만 둘러보더라도 수많은 문의·후기글이 있을 정도다. 그렇게 카페를 통해 김 소장을 찾은 부모들은 비의료인이 만들고 의학적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임을 망각하고 아이들에게 무작정 적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검사·치료행위는 의료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의료인도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해당 업체가 의료행위를 제공하고 있다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침슴적 행위가 아니더라도 환자 상태에 대한 진단·처치가 수반되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치료라는 이름을 쓴다고 모두 의료행위는 아닌 만큼 개별적·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논란이 최근 불거졌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논란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안아키 논란의 경우 제공자가 의료인이었다. 때문에 주된 혐의와 논점도 의료법 위반이 아닌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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