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늘렸던 그리스를 보면 의대 증원 앞날이 보인다

- 인구 천명당 5.35명 → 6.31명으로 한국의 2배 이상 의사 많은 그리스
- 지방과 공공병원엔 여전히 의사 없고 대도시와 인기과로만 의사 몰려
- 안덕선 교수 “의사 증원에 신중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그리스병’”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 수를 늘려 인기과로의 쏠림 현상과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이 정말 실현이 가능할까. 우리보다 앞서 의사 수를 늘렸던 그리스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2007년 인구 1000명 당 의사수는 5.31명으로 이 때도 한국에 2배 이상 많았으나 의료 인력이 아테네 등 대도시에만 집중되어 상대적인 의료 취약지가 많아 골머리를 앓았다.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불과했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 공공병원들은 의사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어 6,000명 이상이 공석으로 남아있었고, 전공의들은 인기과로만 쏠렸다. GP는 부족한데 전문의는 공급 과잉이었다.

이는 15년 뒤인 2023년 한국의 의료 상황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의사수는 2021년 기준 1000명 당 2.55명으로 절반에 불과하는 것은 차이가 있긴 하다. 또, 해법으로 지금의 한국처럼 그리스도 의사수를 늘려 해결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실제로 의사수를 늘렸다. 그리스의 2019년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6.31명으로 12년 전에 비해 1명이 늘었다.

그렇다면, 의사수를 늘려 그리스는 의료 문제들을 해결했을까? 여전히 그리스의 도서지방에는 의사가 부족해 신음하고, 부활절마다 유명 관광지에 의사가 없다는 공고문 붙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 중환자실 운영을 중단하는 병원들도 있다. 이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면 상여금으로 매달 1,800유로(약 251만 원)을 준다는 유인책도 시행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지난 16일 고려의대의 안덕선 명예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진행한 ‘의사 증원 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의 세션에서 이같은 그리스 상황을 소개하며 “함부로 의사를 늘리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교수는 “그리스에서 살기 힘들다며 해외로 이주한 의사만 1만 7500명에 이르며 공공병원들은 여전히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 수를 그렇게 많이 늘렸는데도 공공병원에는 빈자리가 여전히 많다”며 “이를 그리스병(A Greek Malady)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리스를 반면교사로 삼아 의사 증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안교수는 당부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도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늘어난 의사의 임금과 의료비는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의료이용 행태에 대한 어떤 국민적 합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늘려 놓으면 의사 인력의 도시 집중은 더 악화된다. 의사 인력 양성에 드는 비용도 고민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환자의 대기시간과 주치의가 없는 의료 사막 현상, 의사 연금제도와 은퇴연령, 경제 성장과 전체 의료비의 목표, 일반의와 전문의 비율 조정, 대체 인력과 제도 등을 고려해 의사 증원 정책을 수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장기간 환자 대기와 의료 사막은 없고, 세계 최고의 의료접근도와 신속한 진료, 우수한 교통망을 갖췄으며 전공의 양성 조정 기능이 취약하고, 의료 소비 통제 문제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는 GDP 대비 의료경상비가 10% 이상인데 한국은 8.8%에 불과하다”라며 “의사가 더 많아지고 지금과 같이 빠른 의료서비스를 계속 받으려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텐데 오히려 더 줄이려 한다. 의사 수는 늘리겠다면서 비용은 줄이겠다니, 하나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의사 증원시 고려할 것이 너무도 많고, 고쳐야 할 부분도 많은데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