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코로나19 장기화에 피해 막심...실질적 보상 대책 절실

- 코로나19 이후 이비인후과 내원환자는 물론 진료비 청구액이 매분기 30~50%(전년 동기대비)씩 줄어
- 모든 위험을 감내하고,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사들이 이탈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만들려면 보상대책이 필요

3년차로 접어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하고 있는 이비인후과의사들이 실질적인 보상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뿐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새로운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의료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기도감염병 분야 최고 전문가들인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정책결정의 주요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후과의사회는 지난 22일 이비인후과학회 국제학술회의(ICORL 2022)에서 코로나19 관련 이비인후과 현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의사회 황찬호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급성호흡기감염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로서 코로나19 최일선에서 노력해왔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고 토로했다.


조사 결과 상기도 감염 관련 진료의 절반 이상을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담당했으며, 코로나19 관련 호흡기전담클리닉 참여 기관 역시 절반 이상이 이비인후과로, 희생을 감내했지만, 지난해 2분기 기준 전국 이비인후과 의원의 75% 이상이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병원 문을 닥고 의료진이 2주간 자가격리를 당했으며, 이후에도 확진자 방문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혀 경영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환자 진찰로 인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비인후과 의사들 대부분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었고, 실제 중증 감염으로 이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인 이비인후과의사들의 관리가 얼마나 뛰었났는지, 환자 진찰을 이유로 한 자가격리 조치가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황 회장의 지적이다.

◆ 이비인후과, 1차 의료 최전방에서 헌신적 노력
코로나19 대유행 속 이비인후과의 역할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학회측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기준 국민안심병원 257개소를 포함해 총 718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운영중으로, 이 가운데 의원급이 124개소 중 절반이 넘는 74개소를 이비인후과가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전국 호흡기진료 의료기관 총 9802개소 중 이비인후과가 2061개소로 2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월 1일 이후 2021년 3월 31일까지 약 15개월간 이비인후과 의사 298명이 자가격리를 당했으며, 216개 의원이 폐쇄되는 일이 발생했다.

1차 의료기관 뿐 아니라 3차 의료기관에서도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사투를 벌였다. 중증환자의 호흡기 케어를 위한 기관절개술에 이비인후과 세부 전문과인 두경부외과 의사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수적으로 부족한 두경부외과 의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코로나19 중환자의 기관절개술과 캐뉼라 관리는 물론 두경부암 환자까지 관리해야 해 업무 부담이 과중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 코로나19의 피해는 가장 막심
실제로 코로나19는 의원급의 여러 표시 과목 중에서도 이비인후과에 가장 가혹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진료비 심사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이비인후과 내원환자는 물론 진료비 청구액이 매분기 30~50%(전년 동기대비)씩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기존 매출액의 절반 정도로 진료실을 지켜온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다 최근 2개월 여간 의원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게 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의원들이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와 관련,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황찬호 회장은 “신속항원검사로 기존의 손실이 일부 보전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악의적인 기사에서 의사들이 신속항원검사로 벤츠를 샀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실제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받은 대출을 대략 절반 정도 갚을 수 있는 정도였다는 것이 황 회장의 지적이다.

오히려 그는 “신속항원검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무도 하려 하지 않을 때, 이비인후과는 전문로서 국가에서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잡았다”면서 “건강보험 측면에서도 기존에 PCR 검사비용과 비교해 신속항원검사로 건당 3만 5000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보도가 나가고 환자수도 줄어들면서 감염예방관리료도 없애고 있다”며 “국가 재난 상황에서 잠시 유인 수가를 만들었다가 없애버리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정부는 일선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환자 진료를 담당하며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인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감염병을 관리할 수 있는 주요 파트너로 삼아서 현실적인 정책결정의 한 축으로 활용하기 바라다”고 전했다.


◆ 보상책 마련 절실

보상대책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급성호흡기감염병은 대략 5년 주기로 발생한다. 2002년 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가 대표적이다. 급성호흡기감염병 환자를 진료하려면 문진, 진료, 신고, 치료, 관리까지 총 5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황 회장은 "심평원은 이 같은 모든 진료행위를 기본 진찰료에 포함시켜 놨다"며 "어느 사회에서도 행위량이 많고, 업무의 종류가 복잡하면서도 극히 위험한 일을 하는 고도의 전문가가 하는 일을 가장 기본적인 행위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된 감염관리를 위해서는 시설, 공간, 인력, 검사기구나 시약, 소독과 방역, 4대 보호구 등 전반적 감염관리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며 "정부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실제 들어가는 행위량과 원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위험을 감내하고,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사들이 이탈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만들려면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정확도 지적...활용폭 제한해야

이와 함께 황 회장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활용폭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보고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는 41.5%에 불과하며, 실제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민감도가 5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비강 깊은 곳에 위치한 분비물을 채취해야 하지만,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와는 달리 자가검사키트는 안전성을 이유로 면봉의 길이를 짧게 제작, 비인두 앞쪽에서만 검체를 채취할 수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로 인해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온 환자들 중 상당수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황 회장은 자가검사키트는 코로나19 무증상자에게만 활용하도록 하고, 유증상자의 경우에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날로 늘어나는 코로나19 후유증 가운데 상당수가 이비인후과 영역의 질환들인 만큼 일상으로의 복귀에도 이비인후과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역설했다.

◆ 이비인후과 의사회ㆍ학회, 코로나19 대응 TFT 출범

또한 학회는 지난 2년간의 이비인후과의 현실을 외면한 가혹한 처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전선에서 사투한 희생은 차치하고, 당장의 코로나19 대유행과 후유증, 나아가 새로운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상기도바이러스감염 연구회와 코로나19 대응 TFT를 출범했다.

상기도감염증 분야 전문가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에는 소홀했다는 자성과 함께,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축적된 임상경험과 학술 성과를 접목, 상기도바이러스감염연구회를 통해 연구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코로나19대응 TFT에서는 일선의 의료기관에서 확인되는 최신 임상 경험과 국내외 학술 논문을 통해 수집된 최신의 정보를 통합, 대정부 정책 제안과 의료인 대상 교육, 대국민 홍보를 통해 코로나19 뿐 아니라 미래의 감염병 상황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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