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내과의사회는 4개과 의사회와 공동으로 비대면 진료 설문조사에 착수
- 본사업 전환을 앞둔 만성질환관리사업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낮춰줄 것을 재차 강조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는 4개과 의사회와 공동으로 비대면 진료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내과의사회의 비대면 진료 관련 방향성이 설정될 전망이다.
서울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지난 19일 롯데호텔에서 제26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간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내과의사회는 회원들을 상대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찬·반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약 1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료계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논의가 시작된 후 최대 규모다.
또 본사업 진입을 앞둔 만성질환관리와 관련해서 “환자 본인부담률을 낮춰야 한다”는 점을 호소했다.
우선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관련 설문조사에 착수했음을 나타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에는 의료계 중에서도 내과 의사들이 다수 참여 했는데, 이들의 민의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차원이다.
지난 14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될 설문조사에는 이미 약 850명의 의사들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종료 시에는 약 1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의료계가 실시한 설문조사 중 가장 많은 의사들이 답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내과의사회를 비롯한 네 개과 의사회가 합동으로 실시해 민의에 더욱 가까이 다가설 전망이다.
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코로나19 유행이 꺾인 이후 비대면 진료 이용 역시 감소하고 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 경제부처가 중심이 돼 제도의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비판적 의견을 냈다.
이어 "아직 임원들의 생각을 정립하지 않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전히 회원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회원 요구에 따른 보고서를 작성해 원격의료 TF 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도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시행된 이후, 국민과 의사들 인식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내과의사회에서는 명확한 입장 정립을 위해 회원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재택 치료 중 진행했던 저번 조사는 원격의료 찬반 문제만을 이야기했지만, 이젠 원격의료 경험을 통한 회원들 민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며 "약 2주간 설문조사를 통해 결과가 나오는데 회원 민의를 바탕으로 향후 비대면 진료 방향성을 정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주 뒤 결과가 나오면 비대면 진료 방향성을 정할 것”이라며 “내과의사회 회원들만 약 10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사회는 특히 비대면 진료를 악용해 산업화로 흐르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정용 회장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부처가 중심이 돼 제도의 도입을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만약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돼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다면 기업 간 경쟁, 비대면 진료 전문의원의 난립, 상급병원의료의 환자 쏠림현상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종국에는 의료영리화로 가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이 원격진료 건강상담 영역에 뛰어들어 과도한 의료 이용을 소장하고 의약품 배송까지 일삼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비대면 진료 제도의 도입에 편승해 정부가 추진해왔던 전자처방전 사업에 약사회가 합세, '공적 전자 처방 진달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꼬집었다.
이 회장은 "국민 편익을 위한다고 하지만 불법 대체 조제가 활성화되고 복약지도가 부실해서 국민건강에 해를 줄 수 있으며 성분명 처방,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 리필로 이어져 의사와 약사 간의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 의약분업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크고 이 제도를 통해 집적된 개인의 의료정보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는 방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에 대해 의료계 특히 내과 주도의 플랫폼이나 의학 정보원을 설립해서 의료정보의 유출을 막고 의료정책을 선제적으로 수립, 제안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회장은 "코로나19가 언제 다시 유행할지 모르는 이 시기에 그동안 미흡했던 정책과 부족했던 인프라를 지금이라도 재정비하고 두 번 다시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어서는 안된다"며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피해를 겪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위기상황에 발벗고 뛰어들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질환관리사업, 환자 본인부담률 ‘30%’ 과도
이와 함께 본사업 전환을 앞둔 만성질환관리사업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낮춰줄 것을 재차 강조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는 본인부담률이 ‘10%’ 정도인데, 건강보험수가로 묶일 경우 ‘30%’까지 높아져 사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당뇨·고혈압 등 포괄 평가 및 계획 수립 4만5110원, 초기 교육 3만6240원, 교육 1만920원 등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책정한다면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윤석열 정부 과제에도 만성질환관리가 들어가 있는데, 진료가 아니라 교육·상담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수가로 묶여 본인부담률 30% 고수는 안 된다”며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 10%정도 했던 것처럼 낮춰야 한다. 정부에서도 인정을 하면서도 건정심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원가를 살리고, 의료사고특례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원가가 살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책수가가 필요하다”며 “또 의료사고에 대한 부분이 해결돼야 하는데, 수가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방지를 통해 편안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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