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외과에서 많이 진행되는 상위 10대 수술 수가의 수익성이 모두 원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 정형외과 수술의 수익성은 평균 -40%, 이렇다 보니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정형외과 진료 영역을 점차 축소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자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정형외과의 인기는 증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작 일선 정형외과 의료진들은 비현실적 저수가와 전문진료질병군 기준인 중증도 분류 왜곡으로 인해 진료과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정형외과학회(이하 학회)는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형외과 수술의 낮은 원가 보상, 정형외과 질환에 대한 경증 및 단순질환 분류로 인한 저조한 투자, 인력 충원의 어려움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형외과 내 시행 건수가 많은 상위 10개 수술은 인공관절치환술- 전치환(슬관절), 간헐적 추간판제거술, 인공관절치환술-전치환(고관절), 사지골절정복술, 인공관절치환술-전치환(슬관절)-복잡, 건봉성형술 및 회전군개파열원술, 십자인대성형술, 건및 인대성형술, 사지체내고정용급숙제거술, 척추고정술이다.
하지만 학회 측은 이 중 척추고정술만 이익이 나고 나머지는 하면 할수록 적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형외과학회가 전문 기관을 통해 정형외과 진료 부분의 원가 분석을 의뢰한 결과, 자원 소모 대비 행위료 수익이 외과와 비교했을 때 40%에 불과했다. 또한 정형외과에서 많이 진행되는 상위 10대 수술 수가의 수익성이 모두 원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외과학회 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수술 원가를 분석해보니 인건비, 재료비 비율이 높아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형외과 관련 수술 수가는 대부분 급여로 돼 있으며, 서로 다른 수술 행위조차도 동시 수술의 범주에 포함돼 수가를 70% 혹은 50% 차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형외과 수술의 수익성은 평균 -40%였다"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진료 영역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형외과 수술은 보조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특히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최근 의료 기술 발전으로 치료재료도 상당히 고도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상대가치점수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과거의 것으로 개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급여기준으로 손해다보니 비급여 재료 수가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의료구조가 왜곡되고 있다”며 “정형외과학회에서 분과학회의 의견을 모아 총 120개 행위에 대한 급여 기준 개선을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69개만 검토했으며, 이마저도 현행 유지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저수가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술 비중이 큰 상급종합병원에서 정형외과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지금 당장은 전공의 수급에 문제가 없으나, 대학병원에서 조차 수익을 못 내는 과로 지탄받고 있으며, 투자 우선순위에 밀려 새로운 진료 장비 도입과 전공의를 교육할 수 있는 교수 충원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런 이유로 환자들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3~6개월 동안 기다려야 한다.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정형외과 의사를 많이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환자는 많은데 전공의가 줄면 결국 의사 부족으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와 급여기준을 현실화하고 산정 불가 치료재를 실가격 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수술 급여 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는 수술비에 재료비가 포함돼 있는데, 이를 상대가치 점수에서 분류해 따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현재 급여 수가의 적절한 보상이 선행돼야 비급여 과잉 진료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형외과학회 김명구 회장은 “열악한 진료 환경과 진료수가로 우수한 인재의 정형외과 지원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은 곧 전반적으로 국민의 의료서비스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끼기는 개원가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개원가에서 정형외과의 수입이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 수입이 아닌 매출이 높은 것이다. 매출은 높지만 그만큼 지출이 많다"며 "개원하려면 엑스레이부터 기본적인 장비들도 필요할뿐더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도 따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동네 의원도 5~10명 정도의 직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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