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후유증 '롱 코비드'...발생 위험 요인은?

- 롱 코비드는 급성 코로나19 감염이 완화된 후 장기간 지속되는 증상들의 집합으로 정의
- 자가항체가 특정 면역세포의 오작동을 일으켜 염증을 발생시키는 것이 롱코비드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사실상 전 세계적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파력 때문에 더 많은 인구가 감염되면서 '롱코비드'(감염으로 인한 오랜 후유증)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활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이 수주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다양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롱코비드(Long COVID,만성코로나)'가 될 수 있는 요인을 특정한 논문이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사스 CoV-2 감염 후 급성 후유증’라는 명칭의 롱 코비드는 급성 코로나19 감염이 완화된 후 장기간 지속되는 증상들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롱코비드 후유증으로는 ▲집중력 저하 및 건망증이 심해지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이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뇌안개)' ▲권태감 ▲미각 및 후각 상실 ▲호흡 곤란 등의 다양한 후유증이 이어지는 'Post-acute sequelae of COVID-19(PASC)', 통칭 롱코비드가 보고되고 있다. 초기에는 롱 코비드가 중증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됐으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현재는 경증 환자들에게서도 롱 코비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롱 코비드의 발생에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18~89세의 환자 309명을 2~3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전체의 71%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입원한 상태였으며, 나머지는 외래 환자였다. 연구진은 설문을 통해 롱 코비드와 관련된 20종류의 호흡기, 위장관, 신경계 관련 증상을 환자들이 경험했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 환자 중 37%가 최소 3가지 이상의 롱 코비드 증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했으며, 24%는 1~2가지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이 호소한 후유증은 호흡기 증상이 가장 많았으며, 신경계 증상 및 미각 상실, 소화장애 증상이 뒤를 이었다.

또, 롱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보이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한 결과, ▲감염 초기 혈액에 대량의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유전 물질의 존재 ▲코로나19와는 다른 감염증 바이러스인 에프스타인-바 바이러스(EB 바이러스) 존재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질환에 관계하는 자가항체(autoantibody) 존재 ▲제2형 당뇨병 내력 등 4개가 롱코비드 위험인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 특정 자가항체의 존재
4개의 인자 중 특히 롱코비드와 관련성이 높다고 추정되는 것이 본인의 육체를 표적으로 하는 '자가항체'로, 확인된 롱코비드 중 3분의 2가 자가항체와 관련되어 있었다. 가령 진단시 '항인터페론・α2'라는 자가항체를 가진 사람은 호흡기에 롱코비드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았다.

연구팀은 자가항체가 특정 면역세포의 오작동을 일으켜 염증을 발생시키는 것이 롱코비드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EB 바이러스

언뜻 보면 코로나19와 무관한 EB 바이러스의 존재도 롱코비드의 예측 인자로 밝혀졌다. EB 바이러스는 90~95%의 사람이 성인이 되기 전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로, 일반적으로 감염되더라도 감기와 같은 증상을 보인 후 치유된다. 하지만 감염 후에도 평생에 걸쳐 휴면 상태로 체내에 남기 때문에 어떤 원인으로 재활성되어 암이나 난치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2021년 연구에서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체내에서 EB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는 등, 롱코비드와 관련성이 의심되는 바이러스로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는 EB 바이러스 재활성화와 롱코비드의 직접적인 관계는 불분명하지만, EB 바이러스가 자가면역 질환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B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팀은 “면역시스템이 코로나19와 싸우기 시작한 틈에 EB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인체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기회를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 당뇨병

롱코비드 환자의 1/3이 제2형 당뇨병 환자다. 해당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은 특히 피로감이나 기침 등의 증상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당뇨병은 심장병⸱고혈압 등과 함께 코로나19의 중증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반대로 코로나19 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SARS-CoV-2의 RNA
롱코비드 환자의 1/3은 혈액 중에 SARS-CoV-2의 유전 물질인 RNA가 높은 수준으로 존재한다. 이 경우 특히 기억에 관한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환자 신체의 바이러스 양을 줄이면 롱코비드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롱코비드는 코로나19 중증도와 관계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항바이러스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현시점에서 아직 확실치 않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의 발생 요인을 상세히 파악한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논문 공동 저자이자 미국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짐 히스 박사는 “PASC 인자의 특정은 롱코비드 연구의 진전 및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코로나19 환자가 만성 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지 확인하는데도 큰 전진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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