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마지막 ‘병상대란’ 고비에 제대로 대응하는 문제가 코로나 극복의 최대 관건
- 정부 예상과 달리 1~2주 뒤부터 상당히 심각한 (병상 부족) 국면에 진입할 수 있어
1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30만명을 넘은 가운데 역대 최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발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1158명으로 전날보다 84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8일 64일만에 1000명대로 올라선 이후 일주일 연속 1000명대를 유지했다. 또 지난해 12월 29일의 1151명을 넘어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하루 평균 30만명을 넘기며 유행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마지막 ‘병상대란’ 고비에 제대로 대응하는 문제가 최대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부족 위기의 위중증 환자 병상
확진자 추세가 정점에 가까웠다는 데는 정부와 전문가들 견해가 일치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열흘 정도 안에 (유행이) 정점을 맞을 것”이라며 “주간 평균 최대 37만 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확진자 정점보다는 뒤이을 위중증 지표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중증 환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60세 이상 확진자는 이날 역대 최다인 6만3906명을 기록했다. 현재 위중증 병상 2751개 중 1763개(64.1%)가 차있다. 방역 당국은 병상 효율화를 통해 위중증 환자 2500명까지 의료대응 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감염력은 사라졌지만 다른 기저질환 때문에 일반 병상으로 옮기지 못하는 환자나 일반 중환자실 부족으로 입원한 비(非)코로나19 중환자 등으로 인해 공식 위중증 환자보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50% 정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숫자와 달리 운영상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저질환 중환자, 중증 예상자를 감안하면 2700여개 병상 중 사용가능한 건 1800~2000개 수준이다. 이미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병상을 돌볼 간호사·의사가 (감염으로) 빠져 실제 사용 가능한 병상은 더 적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정 교수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예상했던 수준인 2,000명보다 위중증 환자 발생 추이가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부분”이라며 “그 이유는 팍스로비드 때문이라고 본다. 팍스로비드를 효율적으로 잘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서울에서 위중증 환자가 발생했는데 남은 병상이 부산에 있다면 이송해야 한다. 그 이송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비수도권의 경우 더욱 심각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현재 대부분 병원이 체감하기로는 병상 가동율이 80~90% 이상이다. 현재 통계 상 병상은 허수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정부 예상과 달리 1~2주 뒤부터 상당히 심각한 (병상 부족)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상황이 심각해지면 누구를 먼저 중환자실에 입원시켜 치료할지에 관한 의료윤리적인 문제가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 80대 노인과 20대 산모 확진자 중 누굴 입원시킬지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걱정했다.
정부 계획대로 병상 효율화를 한다해도 문제가 있다. 한 교수는 “어차피 병상 확보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중증 병동을 늘리면 일반 환자 진료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지금 상황에 일반 병상을 더 빼 위중증 병상을 마련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비수도권에서 병상 부족으로 인한 충격이 더 일찍, 더 심하게 닥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수는 “지역은 병상이 흩어져 있고 수도 적다”며 “충격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외 지역 위중증 병상 점유율은 71.9%로 수도권(60.8%)보다 10%포인트 넘게 높다.
정 교수는 “다음달 말이나 5월 초까지도 어려운 시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물리적으로 추가 대응수단이 없다. 이제 와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도 없고, 강화한다 해도 정점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효력이 없다”면서 “경구형 치료제 처방을 늘리고 중환자 순환체계, 이동체계를 정비·확보하는 게 유일한 대비”라고 했다.
◆ 새로운 변이에도 대비해야
고비를 지난다고 해서 위기가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다. 3~4개월 뒤 닥칠지 모르는 다른 변이에 대비해야 한다. 정 교수는 “올 가을이나 겨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의료체계를 위협할, 중규모 정도 위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아마 5월까진 현재의 유행이 지나갈 것이다. 정권이 바뀐 뒤 초반엔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차피 백신 효용이나 면역도 시간이 지나면 감소한다. 3~4개월 여유기간 동안 대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때 가서는 거리두기를 또 한다기보다 중환자 대응체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 역시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감염 관리와 역학, 감염병 전문인력 확충, 감염관리병도제 도입, 중증환자치료 역량 강화, 호흡기 감염병 클리닉 상설화, 보호자와 간병인 관리 등 중장기적 투자와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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